▶2009.10.21(수)
등산코스: 방동리-방태산휴양림매표소-적가리골(제1주차장/야영장-이단폭포-제2주차장/야영장)-주억봉(1444m)-
깃대봉(1436m)·········알바·········왕성동
소요시간: 7시간30분
날 씨: 맑음
06:50 동서울터미널에서 인제행 버스 탑승
09:20 인제터미널 도착
09:40 현리행 버스 탑승
10:25 현리터미널 도착
10:40 진동리행 버스 탑승
10:55 방동약수터 버스정류소에서 하차
감기가 오려는지, 지난밤 한잠도 못 자고 나와선지 머리가 아프다.
왠지 기분 나쁜 두통...산속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하고 집을 나선다.
근데 왠지 내키지 않는 느낌...!!
왠지 내키지 않는, 꺼림직한 느낌은 두려움을 만들어 낸다.
가보지 않은 산을 갈 땐 항상 이런저런 걱정과 함께 두려움이란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처음 간다는 설레임이란 감정이 있어 늘상 그 두려움을 눌러왔다.
하지만 이번엔 설레임이 두려움을 전혀 누그러뜨리지 못하고 있다.
예감...?
강원도 인제행 버스에 몸을 실은 이상 이미 화살은 시위를 벗어난 것이다.
죽으나 사나 이제는 산행을 해야 한다.
인제터미널에서 현리행 버스에 오르자,
버스는 풍요로운 가을햇살과 함께 내린천계곡을 따라 멋진광경을 보여주며 시원하게 달린다.
▼10:25
현리터미널 도착
▼방태산에 대한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더니,
흥미롭게도 갈 때의 교통편은 대개 공통적이나, 올 때의 교통편에 대해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현리터미널과 방태산휴양림사무소에다가 직접 전화를 했지만,
오후 3시와 6시경에 있을 거라는 대답 뿐...
여하튼 당일치기로는 무리한 등산코스를 도저히 계획할 수 없다.
원점회귀를 싫어하기 때문에 주억봉-깃대봉을 거쳐 한니동계곡을 통해 하산해서 남전동으로 내려오고 싶지만,
남전동에서 시외버스를 탈 수 있는 상남동으로 가는 버스시간에 대한 정보 역시 얻기 힘들고,
오후 6시 정도면 끊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주억봉-깃대봉을 거쳐 다시 방동리로 내려와야 하는 원점회귀코스를 잡을 수밖에 없다.
▼시골버스를 탈 땐 항상 운전기사 옆자리에 앉아 운전기사에게 말을 건다.
운전기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값진 정보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내려야 할 행선지를 놓치는 경우는 절대 없기 때문이다.
버스표를 끊고 진동리행 버스에 올라 버스운전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방동약수터에 왔다고 내리라고 한다.
▼방동약수터 버스정류장에 내려서야 비로소 여기에서 현리로 가는 버스시간에 대한 실마리가 풀린다.
버스정류장 내에 부착된 버스시간표를 보자 눈앞의 안개가 걷히는 듯하다.
▼여름철 최고의 관광명소답게 화려한 입구가 산객을 맞이한다.
▼왼쪽으로는 방동약수터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산행을 위한 방태산휴양림쪽으로 가는 길이다.
방동약수터를 들렀다가 산행을 하고 싶지만 그럴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어 곧바로 방태산휴양림쪽으로 향한다.
▼며칠 동안 비도 오고 갑작스런 추위와 함께 강한 바람도 불고 게다가 몇십년만의 가을황사까지 산행을 방해하더니,
오늘은 다행히도 화창하면서 햇살마저 따사롭기까지 하다.
▼차츰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마을민가 보다는 펜션이 주로 자리잡고 있다.
▼버스에서 내려 약 30분을 급하게 걸어왔더니 드디어 방태산휴양림매표소가 나온다.
매표소 창문 안을 홀깃 들여다봤더니,
직원이 등을 돌린채 컴퓨터로 뭔가 작업을 하는지 사람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지 못 하는 듯하다.
도둑고양이처럼 조심스럽게 그리고 민첩하게 매표소를 후다닥 지나간다.
입장료 1000원 굳었다~ㅋ!
▼매표소까지 오는데 벌써 30분을 까먹었으니, 이제 산행을 위해 주어진 시간은 고작 6시간30분...
시작부터 시간의 압박에 쪼들리면서 산행을 해야된다는 게 큰 부담이다.
▼오른쪽으로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계곡물이 흘러내려오고 있고,
왼쪽으로는 절정의 시기는 약간 지난 듯하지만 여전히 고운 단풍의 행렬이 이어진다.
▼방태산휴양림매표소를 지나 약 15분쯤 걸어오자 제1주차장이 나온다.
제1주차장이 있으면 제2주차장도 있을 것이고...
산길은 언제쯤 접어들려는지...
▼제1주차장을 지나 얼마 안가서 산림문화휴양관이 나오고,
맞은편에는 멋진 폭포가 갈길 바쁜 산객의 발목을 붙잡는다.
▼다시 얼마 안가서 제1야영장이 나오며, 처음으로 산길을 지시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등산로까지 1.3km...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산길에 발을 올리지도 못했으니...
맘은 더욱 바빠진다.
▼다시 산길로 향하는 탄탄대로가 줄기차게 이어진다.
▼이런 길이 언제쯤 끝나려는지...
약간은 지루하기까지 하다.
사방천지가 단풍의 물결이며, 게다가 오른쪽으로는 맑디 맑은 계곡물이 흐르고 있고...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얼마던지 유유자적 즐기면서 걸을 수 있겠지만...
정말 그림의 떡이다.
▼제1야영장에서 약 5분쯤 올라오자 이제는 이단폭포가 기다리고 있다.
이단폭포 아래에서 사진작가들이 작품사진을 찍고 있는지 우선 촬영장비부터 범상치 않다.
▼대충 사진을 찍고 등산로가 있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급히 옮긴다.
▼구룡교를 지나고...
▼12:10 제2야영장 도착
산길에 접어들기도 전에 벌써 방동약수터 버스정류장에서 1시간10분이 지난 셈이다.
▼1시간이 넘게 빠른 걸음으로 급하게 걸어왔지만 아직 산길에 접어들지도 못하다니...
물 한모금을 마시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제2주차장...
▼제2주차장에 들어서자, 드디어 전방에 산행안내지도가 보이고, 산행안내지도 옆으로 산길이 나있다.
현재시각 12:25
해지기 전에 내려올려면, 그리고 현리로 나가는 버스를 타려면 적어도 5시간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빡빡한 시간에 마음이 쪼들리지만...
산길에 들어서는 순간, 그런 마음의 조급함은 일순 사라진다.
매표소를 지나 제2주차장까지 이어진 길과는 달리 역시 산길은 때깔부터 틀리다.
▼하지만 여전히 두통은 사그라들지가 않는다.
▼계곡을 따라 산길이 이어지다가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고...
다시 산길이 이어지다가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고...
이러길 여러차례 반복한다.
▼매복령갈림길인 듯..
구룡덕봉과 주억봉까지 각각 4.2km..
사실 구룡덕봉으로 올랐다가 주억봉-깃대봉을 거쳐 하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시간상으로 그것은 욕심이다.
▼욕심을 억누르고 방태산 주봉인 주억봉으로 향한다.
▼아름다운 산길..
▼다시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고...
▼주억봉까지는 3.6km..
▼등산로 입구에서 약 20분이 지났지만 별다른 오르막없이 아름다운 산길은 계속 이어진다.
▼방태산의 중턱쯤 되는 모양인지 산죽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길이 갑자기 좁아진다.
▼거의 마지막 다리인지 계곡에는 물이 거의 흐르지 않고 있다.
▼작은 계곡을 건너는 쬐끔한 다리...
▼사람의 손때가 덜 탄 듯...낙엽과 어우러진 산중턱의 계곡물이 더없이 청정하게 느껴진다.
▼빵쪼가리 두개를 붙여 놓은 것처럼 보여 햄버그바위라 이름지어 본다.
▼13:07
등산로입구에서 약 40분쯤..햄버그바위를 지나자 갑자기 산길이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가파른 오르막이 약 7~8분쯤 이어지다가 능선봉에 이르고,
능선봉을 지나자마자 산길은 다시 급한 오름세를 보인다.
▼고도가 차츰 높아짐에 따라 단풍의 색깔은 붉은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어져 간다.
▼다시 오르막...
▼위로 올라갈수록 가을의 냄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세찬 바람이 몰아치면서 초겨울의 기운이 주위를 맴돈다.
여전한 두통과 함께 콧물이 나온다.
감기몸살이 오려나...혹시 신종플루에 감염된 건 아닌지...아..걱정된다.
▼급한 오르막이 계속되면서 약간의 너덜지대도 나온다.
▼햄버그바위를 지나면서 시작된 오르막길을 약 50분 이상 올라왔지만,
그 오름세는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방 오른쪽으로 봉우리인 듯한 것이 보이나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또한 주억봉까지의 거리가 표시된 이정표를 본 지도 꽤 오래된 것 같다.
벌써 13시55분...무엇보다 배가 고파 뒈질 것 같다.
방태산도 식후경..배낭을 벗은 김에 늦은 점심식사를 한다.
하지만 두통 때문인지 배는 고프지만 밥맛이 영 없다.
대충 구겨 넣고 다시 출발...
▼식사를 마치고 약 15분쯤 올라오자 능선부에 이르고, 산악회리본과 함께 이정표가 나타난다.
▼여기가 지도상의 1365봉, 즉 능선삼거리인 모양이다.
좌측으로 1.4km 가면 구룡덕봉이고, 주억봉은 우측으로 0.4km...
구룡덕봉을 지척에 두고 가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주억봉을 향하여 우측으로 몸을 돌리자 바로 눈앞에 주억봉 정상이 보인다.
▼지난 여름 푸르름을 더했을 방태산의 능선길...
지금은 앙상한 가지만 남은 채 겨울을 기다리고 있다.
▼능선삼거리에서 10분쯤...주억봉 정상에 도착한다.
▼방태산 주봉인 주억봉(1444m)...
흔해빠진 정상석 조차 하나 없는 것이 초라하기 그지 없다.
역으로, 가공해서 억지로 세운 화려한 정상석보다
오히려 이런 것이 때묻지 않은 진정 산다운 소박한 멋이 아닌가라고도 생각해 본다.
실지로, 매표소에서 정상까지 오는 동안
웬만하면 있을 법한 인공적인 나무계단이 단 한차례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조망...
가보지 못해 아쉬운 구룡덕봉..
▼양구의 펀치볼처럼 분지를 이루는 독특한 지형
▼방태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설악산이 보인다고 했는데...
허연 바위인지 눈인지 멀리 보이는 게 아마도 설악산인 듯..
▼그리고 가야 할 능선길과 깃대봉...
▼쓰러진 이정표를 다시 일으켜 세워 놓았지만 방향이 조금 어긋나 있는 것 같다.
"탐방로아님"쪽으로 가야 깃대봉으로 가는 능선길인데...
▼주억봉 정상에서 지체할 여유가 없어 조망을 마치고 바로 깃대봉으로 향한다.
▼앙상한 나무가지의 행렬...
▼능선상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이정표가 부족한 만큼 산악회리본이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한다.
▼깃대봉에 대한 이정표가 전혀 발견되어 지질 않는다.
전방에 보이는 봉우리가 깃대봉인지...
▼열심히 올라왔지만 한 사람이 서 있기 조차 힘든 좁은 봉우리..
▼15:07
지도상으로 봐서 주억봉에서 깃대봉까지는 한시간이면 충분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16:00에는 하산할 수 있으므로 어느 정도 시간의 여유는 생긴다.
▼바로 아래 암릉구간이 보이고, 지도상에 표시된의 "배달은석"을 지나 멀리 능선끝부분이 깃대봉이리라...
▼산들의 물결..
몸을 가누기 조차 힘든 세찬 바람이 탱크처럼 우르릉거리며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라지곤 한다.
▼오른쪽으로 설악을 바라보며 능선을 걷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약간의 암릉구간을 지나고...
▼깃대봉도 점점 가까와진다.
▼15:22
오래간만에 만나는 이정표...
깃대봉 정상까지 1.2km/1시간...
눈앞에 보이는 깃대봉이 1시간거리라니...
그렇게 가파르지도 않은 평이한 능선길인데...믿기질 않는다.
▼여전히 산악회리본들은 친절히 산길을 안내하고 있다.
▼다소 지루한하게 느껴지는 능선길...
▼깃대봉/1.2km를 가리키는 이정표에서 약 10분쯤, 20~30명이 앉아 식사를 하기에 충분한 너른 공간이 나온다.
두유와 쵸코파이를 먹으면서 잠시 휴식...
▼휴식을 마치고 나아가자 다시 펼쳐지는 호쾌한 조망...
하지만 강하게 몰아치는 바람과 산자락을 휘돌며 바람이 내는 공포스런 소리는
대자연속에 파묻힌 산객을 한없이 나약하게 만든다.
▼배달은석인 듯..
수천년전 여기가 바다였다고 한다.
그래서 배를 묵어두던 돌이란 뜻의 배달은석(石)
▼멀리 또렷하진 않지만, 깃대봉 정상에 세워진 이정표가 쬐끔하게 보이는 듯 하다.
▼배달은석을 지나고..
▼고사목도 몇몇 발견되고...
▼배달은석을 지나 약 5분쯤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오자 산길은 이제 곧장 깃대봉으로 이어지고 있다.
▼드디어 깃대봉 정상이 목전에..
▼16:04
깃대봉 정상
깃대봉 역시 정상석은 없다.
▼지나온 능선길을 더듬어 본다.
여름을 지나 황량하고 을씨년스럽게 변한 방태산의 능선길을..
능선 사이로 삐죽 솟은 봉우리가 주억봉이리라...
▼이제 뒤로 돌아 하산...
하지만 여기서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하고 만다.
대골쪽으로 내려간다는 게...
▼예상밖으로 깃대봉 정상에 있는 이정표에는 단지 주억봉과 한니동 방향만을 가리키고 있다.
지도를 살펴보니 깃대봉에서 주억봉을 마주하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대골을 거쳐 매표소로 내려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깃대봉 정상에서 10m 가량 내려오니 왼쪽에 주황색 리본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초반에는 급격한 내리막길이지만, 그럭저럭 길은 잘 나있다.
▼그래서 의심할 여지없이 그 주황색리본만을 믿고 따라간다.
주황색리본은 약 20~30m간격으로 믿음직스럽게 나무에 매달려 있다.
어느 정도 내려왔는지 능선부의 앙상했던 나무가지와는 달리,
비록 메말라 있지만 노랗거나 붉은 단풍잎이 간간히 목격된다.
▼점점 해는 기울어 가고...
해지기 전에 내려가려고 급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하산길 초반의 급격한 내림길을 제외하곤 더이상 산길의 고도가 낮아지질 않는다.
▼뚜렷하게 볼거리나 특징지을 만한 바위덩어리 혹은 장소도 없이 평이한 능선길은 그저 줄기차게 이어진다.
한참을 왔지만 주황색리본은 사라졌다간 다시 나타나고...
점점 산길은 빠르게 어둑해지고..
이제는 주황색리본이 잠시라도 눈에 띄지 않으면 당황스러워진다.
침착을 잃지 말아야 되지만...쉽지가 않다.
길을 잘못 접어든 게 틀림없다.
간혹 나타나는 어느 산악회리본이 있어 다소 위안이 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제는 산길까지 불투명해진다.
길이 있는 듯 없는 듯...
맨땅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순전히 낙엽이 쌓인 길..
산길은 전혀 가파른 내림길없이 몇개의 봉우리를 거치면서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더니,
어느 봉우리에 서자 주황색리본의 애매모호한 길안내와 함께 돌연 길이 끊어져 버린다.
만만한 길을 따라 내려오지만 내려갈수록 잡목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완전히 길을 잃은 것이다.
겁이 덜컥 난다.
현재의 위치라도 알 수 있을까싶어 입장료도 내지 않고 지나온 방태산휴양림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해서
깃대봉 정상에서 내려온 과정을 설명했지만..
자기네들도 잘 모르겠단다.
쓸데없이 비싼 전화비와 황금같은 시간만 날린 셈이다.
본능과 운에 맡기고 다시 길을 찾아야 한다.
바싹 긴장된 탓에 신기하게도 두통과 감기증상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능선부로 올라서면 주황색리본을 다시 만날 것 같아 지친 몸을 이끌고 잡목을 헤치고 하늘이 보이는 곳을 향해 위로 올라간다.
능선부에 올라서자 다행히 희미하게 길이 보인다.
주황색리본을 찾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천지신명의 도움인지..
2~3분쯤 희미한 길을 따라 걸어가자 다시 주황색리본이 발견된다.
▼한번 발견되어진 주황색리본은 계속 발견되고,
10분쯤 지나 주황색리본은 드디어 가파른 내림길을 인도한다.
직감적으로 지금의 가파른 내림길이, 비록 어디로 떨어질지는 모르지만, 왠지 믿음이 간다.
▼17:56
이제 해가 완전히 져서 헤드랜턴을 사용해야 될 지경이지만,
눈에 불이라도 켜진 듯 산길은 점점 또렷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가파른 내리막길은 줄기차게 이어진다.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렇게 반가운 적은 난생 처음이다.
▼18:00
길게 이어진 통신선 같은 게 보이더니, 동시에 출입금지팻말과 함께 출입을 막기 위한 로프가 나타난다.
휴..살았다..!!
▼출입을 막기 위한 로프를 건너자 통신선을 따라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너덜지대가 나온다.
▼너덜지대에서 5분쯤 내려오자 폐가가 나오면서 자동차 불빛이 보인다.
아~~완전히 살았다.
▼폐가를 지나자 임도가 나오고,
임도를 따라 조금 내려오자 "다래랑 머루랑(?)"이라는 산장이 나온다.
산장입구를 지나자 개들이 심하게 짖어댄다.
주인장이 나오길래 여기가 어딘지를 물어보니 "미산리"란다.
오 마이 갓...!
미산리라니...!
미산리라면 방동리와는 완전 반대방향으로 내려온 것이다.
무사히 산에서 내려온 것이 다행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무지 쪽팔린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다니...
▼교통편, 식당, 여관 등을 물어보니,
버스는 이미 끊어지고 없다고 말하면서 길을 따라 약 10분쯤 쭈욱 내려가면 큰길이 나온단다.
큰길에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상남동으로 가시란다.
▼18:25
산장에서 약15분 쯤 내려오자 "왕성동"이라는 마을표시팻말이 나오고 앞에는 "왕성교"라는 큰 다리가 버티고 있다.
▼왕성교를 지나자 이윽고 큰 도로가 나온다.
사방을 둘러봐도 칠흙같은 어둠속에 간간히 한두채의 민가에서 나오는 불빛뿐, 전혀 차가 지나다닐 것 같지 않다.
땀이 식으면서 몸이 추워지기 시작한다.
대로변에서 상의를 갈아입고 한참을 기다려도 차가 지나다니질 않는다.
안 오면 상남동까지 걸어가리라는 마음을 먹는 순간, 멀리서 차가 오는 소리가 들린다.
헤드랜턴을 꺼내서 흔들었더니 차가 내 앞에서 천천히 멈추어 선다.
택배하시는 분이다.
산에서 길을 잃어 잘못 내려왔다고 하고 식당과 하룻밤 묵을 곳을 위해 상남동까지만 태워 달랬더니,
고맙게도 아예 현리까지 태워 준단다.
▶고마운 택배기사분의 도움으로 편안하게 현리에 도착...
뜻하지 않게 간만에 여관신세를 지게 되었다.
왠지 내키지 않는, 꺼림직한 느낌이 만들어 낸 두려움은 예감이었던 모양이다.
원치는 않았지만, 그래도 현리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방태산 일대 즉, 방동리, 남전동, 상남동 등에서 현리로 혹은 서울로 가는 정보는 대충 얻게 되었다.(본 블로그의 방태산 등산지도 및 대중교통정보 참조)
오리무중에 있었던 방태산 산행 후 대중교통정보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는 된 셈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방태산을 찾는 많은 분들에게 본 블로그를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하는 바람이다.
-마음으로 걷는 산길이야기 by gksf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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