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08~10(화~목)
산행코스 첫째날: 화엄사-연기암-노고단대피소-노고단정상-피아골삼거리-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
토끼봉-연하천대피소
둘째날: 연하천대피소-선비샘-벽소령대피소-세석대피소-촛대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
통천문-천왕봉-개선문-법계사-순두류-중산리
소요시간: 총 21시간45분(휴식 및 식사시간 포함)
첫째날 9시간45분
둘째날 12시간
날 씨: 구름이 조금 있었지만, 대체로 맑고 화창..
9.8(화) 22:50 용산발 구례구역 무궁화호 열차 탑승
9.9(수) 03:25 구례구역 도착
03:30 구례구역에서 구례공용버스정류장행 군내버스 탑승
03:40 구례공용버스정류장 도착
04:00 화엄사/성삼재행 버스 탑승
04:10 화엄사주차장 도착
산을 즐기게 되면서부터 그저 마음 속에만 품어왔던 지리산종주...!
드디어 계획을 짜고 실행에 옮기게 되니 가슴이 벅차기까지 하다.
흥분, 두려움, 설레임, 떨림...등 갖가지 감정이 뒤섞여 지리산종주가 처음인 산객의 심장을 콩닥이게 한다.
대개 해발 1090m인 성삼재까지 도로가 나 있어 성삼재를 지나 노고단부터 지리산종주가 시작되나,
천왕봉을 약 25년만에 만나러 가는 무심한 산객이 아무런 노고도 없이 천왕봉 정상석을 뵐 면목이 없다.
해서 화엄사를 기점으로 약간 혹독한 신고식을 치뤄야만 왠지 마음이 편할 것 같다.
▼비록 평일이지만 호남선 남행 마지막 열차는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품에 안기려는 산님들을 간간이 태운 채 전라남도 구례로 향한다.
▼03:25
구례구역 도착
구례구역 역사를 통과하여 밖으로 나오자 성삼재로 가는 손님들을 태우려는 택시기사들의 호객소리가 요란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시와 택시기사들을 뚫고 행렬을 이뤄 앞으로 나아간다.
나도 모르게 그 행렬에 동참하게 되고, 그 행렬은 다름아닌 구례구역 맞은편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로 연결된다.
구례구역으로 오는 열차시간에 맞춰 산객들을 구례공용버스정류장으로 옮기기 위한 군내버스(1000원)였던 것이다.
대기하고 있던 버스는 열차에서 내린 산객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모조리 태우고 구례공용버스정류장로 향한다.
▼약 10분 뒤 구례공용버스정류장에 도착...
버스기사가 04:00 정각에 버스가 다시 출발하니 시간 놓치지 말라는 당부의 말과 함께 성삼재까지는 3200원이니 잔돈까지 미리 준비해둘 것을
부탁한다. 화엄사까지는 얼마냐고 물었더니 1500원이란다.
구례공용버스정류장에는 비록 야심한 시각이지만 지리산으로 향하는 산객들에게 장사를 하려는 몇몇 식당과 가게가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안 그래도 출출하던 차라, 해장국집으로 들어갔더니 해장국도 미리 대기하고 있다.
지금 시간에 다른 건 안되고 올갱이해장국밖에 안된단다.
▼04시 정각에 출발한 버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화엄사주차장에 도착하고...
수십 명의 승객을 태운 버스는 불과 10여 명의 산객들만을 화엄사주차장에 내려두고 성삼재로 내달린다.
▼밝은 곳을 찾아 배낭을 정리하고, 화장실도 들리고, 담배를 한대 피면서 여유를 부리는 동안,
화엄사주차장에 내린 산객들은 전부 사라지고 화엄사로 향하는 칠흙같은 어둠 속에는 나 혼자다.
▼불과 10여 분 전까지 왁자지껄하던 사람소리는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오로지 정적과 어둠 뿐...
도로 양옆으로 조그만 산짐승들이 지나가는 듯...바스락거리는 낙엽소리가 제법 으스스하다.
▼칠흙같은 어둠을 뚫고 약 20분 후 화엄사에 도착..
화엄사주차장에 내린 산객들은 벌써 산행길에 올랐는지 단지 한쌍의 부부만 화엄사 정문 근처에서 배낭을 정리하고 있다.
짐을 너무 많이 싸가지고 와서 배낭이 무거웠던지 김치, 부탄가스, 마른반찬 등을 통째로 내버려둔 채 어두컴컴한 산길로 내뺀다.
▼사실 벽소령대피소에서 1박을 할려고 했지만 예약을 하지 못해 연하천대피소에 예약을 한 상태라 바쁠 건 전혀 없다.
곧장 산길로 들어서고 싶지만, 지리산종주의 첫발을 내딛는 순간인데 어둠속에서 아무런 의미없이 산길을 걷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
또한 지리산종주의 기점인 화엄사가 어떠한 절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겉모습은 둘러봐야 될 것 같아 날이 밝아질 때까지 기다려 본다.
▼약 40~50분을 기다려도 좀처럼 날이 밝아오지 않는다.
일단 화엄사 안으로 들어가니 공양준비를 하는지 밥냄새가 구수하다.
▼날이 차츰 밝아오면서 화엄사 경내의 모습도 점점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화엄사의 조그만 입구와는 달리 경내가 마치 요새처럼 웅장하다.
▼화엄사 경내에 있는 커피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뽑아먹고 있는 사이에 순식간에 날이 훤해진다.
▼고즈넉한 산사의 아침..
마음은 딴 곳에 있는 불청객이 정적을 깨뜨리며 내부를 헤짚고 다니는 게 왠지 미안하다.
서둘러 화엄사를 빠져 나올려고 하는데, 스님 두분이 맞은편에서 걸어오고 있다.
합장을 하고 인사를 했더니 아침공양을 하시고 가란다.
말씀만으로도 이미 먹은 듯 배가 부르다.
▼06:08
드디어 요새같은 화엄사를 빠져나와 본격적으로 산행길에 오른다.
▼초입은 마치 공원길처럼 시멘트와 돌로 잘 다듬어져 있다.
산길 양옆으론 산죽들이 울창하다.
▼나무계단길이 나오고...
▼얼마 후 순전히 돌로만 된 산길이 이어진다.
▼화엄사에서 올라온 지 약 30분쯤 지나 계곡을 건너는 어진교가 나오고...
▼곧이어 어은교를 지난다.
▼산길은 줄곧 돌로 잘 정비되어 있다.
▼화엄사를 벗어난 지 약 40분쯤...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연기암, 직진하면 노고단으로 계속가는 길...
안내판에는 국내 최대의 문수보살상이 모셔져 있다고 적혀 있다.
"국내 최대"라는 말과 또한 바쁘지 않은 걸음이기에...한번 들어가보지 않을 수 없다.
▼높이 13m의 문수보살상...
▼연기암의 경내 역시 고요하고 한가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연기암을 간단히 둘러보고 내려와 다시 노고단으로 향한다.
▼연기암에서 10분쯤 올라왔을까...참샘터가 나온다.
▼물맛을 보려고 샘터 가까이에 갔더니 모기떼들이 우글우글하다.
내키지는 않지만 딱 한 모금만 마시고 다시 노고단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노고단까지 4.1km...족히 두어 시간은 가야되는 거리이다.
▼지리산 산길에서 찍힌 심령사진...
카메라 모니터를 확인하던 중...깜짝 놀라고 말았다.
주위에 안개같은 게 전혀 없는데 담배연기같은 희뿌연 게 찍혀 있는 것이다.
이전 사진에도 희뿌연 게 조금 있었고...혹시 카메라 오작동에 의한 것이 아닌가 여러번 테스트로 찍어봤지만 카메라는 정상..
지리산에는 귀신이 많다고 하더니...산길 내내 귀신이 나를 따라 다니고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자 갑자기 오싹해진다.
▼오싹한 생각과 함께 사진에 찍힌 게 뭘까 곰곰히 생각하면서 걷고 있으니 산길에 귀신이라도 나올까봐 공연히 무서워진다.
▼국수등...
둘러보아도 별다른 특징은 없는 것 같은데...
과연 국수등이라는 명칭은 어떤 의미일까..? 국수등...국수등...몇 번 마음속으로 되뇌어 봐도 도통 감이 안 온다.
국수등을 지나자 갑자기 산길은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노고단까지 3.0km..
그런 오싹했던 생각은 한바탕 오르막을 오르고 나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난 후 해결이 된다.
물 한모금을 마시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으니 입에서 입김이 나온 것이다.
아직 아침이라 산길의 기온이 낮은 상태이고, 날이 흐려 습도가 높다보니 상대적으로 땀을 더 많이 흘렸고, 따라서 땀으로 젖은 상의에서
땀이 기화되면서 발산될 때 카메라플래쉬가 터지면서 상의에서 발산된 열기가 찍힌 것이다.
▼아침날씨가 흐려 수림으로 둘러싸인 곳은 8시가 지났지만 아직 어두침침하다.
▼어느 순간부터 오르막의 경사가 차츰 심해진다.
숨가쁜 오르막 한구간을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밑에서부터 안개가 귀신처럼 서서히 올라오더니 점점 짙어진다.
몰려오고 있는 안개로 인하여 오른쪽에 흐르고 있는 계곡물소리가 더욱 요란스럽게 느껴진다.
▼집선대...노고단까지 2.5km!
집선대...신선들이 모여 놀던 장소란 뜻인가?
▼어느새 산길은 너덜지대로 바뀌어져 있고, 다소 가파른 경사가 계속 이어진다.
▼화엄사에서 올라온 지 벌써 2시간40분 정도..
화엄사주차장에서 같이 내린 듯한 대딩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 두명이 가파른 오르막 중간에 퍼져 널부러져 있다.
나보다 적어도 한시간 이상 먼저 올라왔을텐데...하기사 경험이 없는 여학생들에게는 쉽지 않은 산길이리라..!
화엄사를 기점으로 했다면 그들도 지리산종주를 목표로 왔다는 것인데..
무슨 배짱으로 여기에 온 것일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또한 젊음이 도전에 대한 용기를 가져다 줬을 것이다.
힘내라고 용기를 주고 2~3분 정도 올라오자 바로 오른쪽 옆으로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얼굴을 씻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진행방향으로 하늘이 보인다.
거의 노고단에 다가서는 듯한데..
▼계곡에서 잠시 쉬고 5분쯤 올라왔을까...
이번엔 화엄사주차장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던 남학생 3명이 앉아 쉬고 있다.
나보다 훨씬 먼저 올라갔을텐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물었더니, 친구 하나가 복통과 함께 토하기까지 한단다.
아프다는 친구쪽으로 눈길을 돌렸더니 연신 구역질을 하며 축 늘어져 있다.
아무래도 체한 것 같다.
따줄까 물어봤더니, "네"라고 대답은 시원하게 한다.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침놓는 기구로 손가락을 따자 새까만 피가 나온다.
▼열 손가락을 다 따주고 숙소는 어디로 정했는지 물었더니, 연하천대피소에 예약을 했단다.
나도 같은 곳에 예약을 했으니 나중에 연하천대피소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노고단으로 향할 채비를 하자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산길은 어느새 안개로 완전 뒤덮여 있다.
비온다는 예보는 없었지만 변화무쌍한 지리산의 날씨이기에 약간은 걱정이 된다.
▼하늘이 보이는 듯했는데 노고단까지 1.5km 라니...
시간을 너무 지체한 듯하여 발걸음을 재촉한다.
▼하지만,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도 없이 노고단 1.5km지점에서 불과 5분 정도 올라오자 능선부로 올라서는 듯한 뻥~ 뚫린 밝은 부분이 나온다.
▼바로 비포장도로의 임도가 나오며, 그 임도는 노고단대피소까지 연결되어 있는 듯 시원스레 뻗어 있다.
▼임도 옆으로는 구절초가 한들한들 화엄사에서부터 힘겹게 올라온 산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화엄사에서 올라오던 산길 내내 꾸무리했던 날씨땜에 불안했던 생각은 노고단대피소로 향하는 임도에 올라서자 한방에 단번에
사라지고 만다. 한쪽엔 엷은 운무가 끼여 있지만 다른쪽엔 푸른 하늘과 동시에 햇볕이 쨍쨍거리고 있다.
▼임도에 올라서서 약 6~7분쯤 걸어가자 안내지도가 나오면서, 좌측으로 임도를 따라가면 1.0km이고 다시 산길로 올라서서 돌계단길을
걸으면 0.3km라고 되어 있다. 돌계단길을 걷고 싶지 않지만, 우선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다.
허기를 빨리 채우고 싶은 마음에 0.3km 지름길을 택한다.
▼안내지도가 있는 곳에서 돌계단길을 따라 약 5분여 올라오자 돌게단길을 덮고 있는 수림사이로 노고단대피소가 빼꼼히 드러난다.
▼노고단대피소...
▼노고단대피소에서 햇반과 김치제육덮밥소스를 데워 먹었는데도 허기가 가시질 않는다.
그래서 라면을 하나 더 끓여 먹고 나니 어느 정도 배가 차는 듯하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배낭을 챙기고 있으니 아까 손을 따줬던 학생과 그 일행들이 취사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좀 괜찬아졌냐고 물었더니, 이젠 가뿐하단다. 나아졌다는 소리에 기분이 좋아진다.
▼현재시각이 10시30분...
노고단대피소 흡연구역에서 담배를 한대 피우면서, 지도와 쪽지에 적어 온 정보를 살펴보니 연하천대피소까지는 약 5시간30분 정도 걸린다고
예상된다. 그렇다면 오후4시면 연하천대피소에 도착...여유가 넘친다는 생각과 함께 지리산능선길이 시작되는 노고단고개로 향한다.
▼날씨는 화엄사에서 산길을 올라올 때와는 확연히 달라져 이제는 해가 쨍쨍, 거기다가 서늘한 바람까지 불어주고 있어 산행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복받은 날씨다.
▼노고단고개에 올라서자 직진하여 아래로 내려서면 천왕봉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으로는 노고단정상으로 향하는 나무계단으로 정비된 길이 있다.
갈까말까 조금 망설이다가 시간여유도 있고 얼마되지 않은 거리라서 귀찮음을 무릅쓰고 노고단정상으로 향한다.
▼멀리 노고단정상임을 알리는 돌탑이 아련히 보인다.
▼안내판에는 신라의 화랑들이 이곳에서 수련을 하면서 이 돌탑을 쌓았다고 한다.
▼노고단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방금 전의 노고단고개의 모습이 멋지다.
올라오길 잘한 것 같다.
▼점심을 먹었던 노고단대피소가 코딱지만하게 보인다.
▼노고단 정상에서 내려와 드디어, 드디어 천왕봉을 향해 25.5km 지리산능선종주를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
▼다시 수림속으로 들어가는 듯..
▼첫번째 행선지는 돼지평전...
하지만 돼지평전에 관한 이정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도상에는 노고단고개에서 약 40분거리의1424봉에 도착하기 전에 돼지평전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넓다란 평지가 있긴 있어 거기가 돼지평전인 듯하지만...안내표지판이나 이정표가 없으니 알 수 없다.
돼지평전은 무시하고 이정표에 나타나는 피아골삼거리나 물맛이 가장 좋다는 임걸령을 찾아 떠난다.
▼대체로 잘 정비된 산길...
▼능선길 곳곳에는 지정된 등산로를 벗어날 경우 곰을 만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다소 지리한 능선길...
지리해서 지리산이라고 했던가...!
지리해도 좋다. 지리산종주능선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노고단고개에서 약 40분만에 헬기장과 돌탑이 있는 봉우리인 듯한 곳에 도착...
아무런 표식이 없지만 여기가 지도상의 1424봉인 듯...
비록 눈부신 햇볕이 내려쬐고 있지만, 이제 여름은 점점 멀리 달아나고 있는지 그렇게 뜨겁지는 않다.
물을 채울 수 있는 임걸령으로 향한다.
▼임걸령까지 1.2km...
▼약 5분 후 다시 헬기장에 도착하고 이정표에는 임걸령에 관한 정보는 없고 피아골삼거리와 반야봉에 관한 정보만 있다.
▼아~그런데...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헬기장에서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다가 실수로 카메라를 떨어뜨리고 만 것이다.
그것도 맨땅이 아니라 헬기장을 표시하는 딱딱한 시멘트바닥에...
황급히 주워다가 살펴봤더니 렌즈는 깨지지 않았는데 앞으로 나왔다들어갔다하는 주둥이부분이 전혀 작동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사진은 찍히지만, 초점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
전원을 껐을 때 삐~삐~소리가 나는 게 영 불안하다. 이러다가 기기가 멈춰버릴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카메라의 주둥이가 앞으로 튀어나온 채 고정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카메라를 파우치에 집어넣을 수 없어 손으로 직접 들고 다녀만 되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불편해도 좋다...제발 사진만 제대로 찍혔으면 좋겠는데...
▼아~~!
초점이 잡혔다가 안 잡혔다가..하나의 그림을 얻어려고 몇번을 찍어야 겨우 양호한 그림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선 산행을 할 수가 없다.
사진 한장 찍어려고 진행이 더뎌지니..난감하기만 하다.
설악산에서 처럼 휴대폰으로 찍어야 되는 불상사가 생기려나...!
▼임걸령까지 0.2km...
산길을 걷는 마음이 불안하고 착잡하기만 하다.
▼12:14
임걸령 도착
많은 산님들이 임걸령 주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샘터는 보이질 않는다.
그냥 지나칠려고 했는데...아무래도 이상하다. 분명 임결령에는 샘터가 있고 지리산에서 그 물맛이 제일 좋다는 정보를 가지고 왔는데..
주위를 살펴보니 진행방향에서 왼쪽으로 좌우로 로프와 함께 길이 조성되어 있고, 그 길을 따라 몇발짝 걸어가자 과연 샘터가 있다.
▼그런데 왜 임걸령 샘터 주위에는 그 많은 등산객이 한명도 없을까...?
아마도 노고단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고 이미 노고단에서 충분한 식수를 채우고 와서 그런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든다.
과연 물이 차고 시원한 게 맛도 좋은 것 같다.
노고단대피소에서 받아 왔던 물을 비우고 임걸령 샘터의 물로 교체하고 잠시 휴식을 하면서 카메라를 이리저리 만져 보지만
튀어나온 주둥이는 꼼짝을 않는다.
▼임걸령에서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길을 떠난다.
노고단고개에서 지금까지의 능선길은 별다른 큰 특징이나 볼거리는 없다.
▼평범한 산길과 조성된 산길이 번갈아 가며 지리산능선길을 이어주고 있다.
▼임걸령에서 30분쯤..
이정표를 만나는데 노루목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노루목은 반야봉과 천왕봉의 갈림길 역할을 하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반야봉을 갔다가 도로 내려와야 되는 줄 알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반야봉 정상에서 능선종주를 계속할 수 있는 샛길이 있었던 것이다.
미리 알았다면 반야봉을 갔다오는 건데..아쉬움이 든다.
▼노고단정상에서 지금까지 걸어온 행적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
▼이제 노루목에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삼도봉으로 향한다.
▼약간의 너덜지대도 지나고...
▼기분좋은 흙길도 지나고...
▼삼도봉까지 0.5km..
▼어느 정도 지나오자 눈 앞에 둥그스럼한 봉우리가 나타난다.
아마 삼도봉 정상이리라...
▼삼도봉 정상
▼삼도봉...
경상남도, 전라남도, 전라북도가 만나는 지점이라 하여 삼도봉이라 불려졌으며, 3도의 화합을 위해 이러한 탑(?)이 세워졌다고 한다.
▼삼도봉에서의 조망
노고단을 떠난 이후 가장 좋은 조망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그림이 개판으로 나왔네...끌끌..
▼얼마 온 것 같지 않은데 벌써 노고단에서 5.5km나 왔다.
이제는 여기서 약 25분거리의 화개재로 향할 차례다.
▼뱀사골에서 그 유명한 화개장터로 가기 위해 넘었다는 고개...화개재
눈 앞에 보이는 건 그저 단순하고 펑퍼짐한 산고개에 불과하지만,
안내판의 글귀를 잃고 있자니 여기를 짚신신고 개나리봇짐을 메고 지나다니던 옛날 사람들의 모습이 머리속에 그려지는 듯하다.
지금은 튼튼하고 편한 등산화와, 고어텍스의 첨단의류, 그리고 착용감 좋은 배낭으로 중무장을 한 채 한가로이 즐기면서 다니고 있지만...
▼지금이 13:55, 연하천대피소까지 불과 4.2km..
시간도 충분하고, 벽소령대피소까지도 별 무리없는 시간인데..벽소령대피소에 예약을 할 수 없었던 것에 자꾸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는 토끼봉으로 향한다.
▼화개재에서 약 30분을 걸어오자 너른 헬기장과 이정표가 나타난다. 토끼봉에 관한 정보는 이정표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도를 확인해보니 토끼봉은 연하천대피소에서 노고단 방향으로 3km 지점이다.
이정표에 현재 연하천대피소까지 2.4km남았다는 걸로 봐선 아무 생각없이 그냥 지나쳐 온 모양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그냥 연하천대피소로 향할 수 밖에...
▼헬기장을 지나 잠시 올라가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그늘진 장소가 나온다.
휴식을 취하며 카메라주둥이를 만지작 거렸더니 카메라가 완전 맛이 가버렸다.
전원이 들어왔다가 곧 바로 꺼져 버린다.
25년 전 중산리로 해서 천왕봉에 올랐을 땐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져서 사진을 못 찍었고, 그 이듬해 갔을 땐 카메라를 챙기지 못해
사진을 찍을 수 없었고, 지금은...아~~~맥이 팍 풀린다. 그냥 도로 하산하고 싶은 생각마저 든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일출을 보러 온 것도 아닌데..지리산은 이 불쌍한 산객을 외면하는가..!
▼어쩔 수 없이 지금부턴 휴대폰모드..
▼그런데 휴대폰도 말을 잘 듣지 않는다.
카메라버턴을 눌렀을 때 화면이 나와야 하는데, 화면이 새까맣게 변했다가 초기화면으로 돌아가 버린다.
정말 미칠 지경이다. 휴대폰을 완전히 껐다가 켜니 그제서야 된다.
불안, 불안. 불안하기만 하다.
▼화개재를 지나 연하천대피소를 가는 데에도 봉우리를 두어개 넘는 듯 약간 힘이 들면서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한다.
지금 시각이 15:11
하기사 어제밤 열차에서 1시간 정도 눈을 부치고 새벽부터 지금까지 약 9시간을 걸었으니, 피곤하지 않으면 말이 안되지..
▼연하천대피소에 빨리 간다고 상 주는 것도 아니고..쉬엄쉬엄 앉을 자리가 있으면 수시로 쉬었다 간다.
▼연하천대피소까지 1.4km...유달리 이정표가 자주 나오는 것 같다.
▼제법 긴 나무계단길...
▼연하천대피소까지 0.4km
▼15:56 드디어 연하천대피소에 도착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고 대피소 안으로 입장하여 잠시 누워 있는다는 게 그대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늦게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한 단체산객들의 요란한 소리에 잠이 깨어 다시 잠을 청하려니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갑갑한 마음에 밖에 나왔더니 비록 보름달은 아니지만 달이 너무 밝다.
▶다시 대피소 안으로 들어와 누워서 잠을 청하지만 사람들의 열기로 인해 실내가 너무 덥다.
한참을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가 시간을 보니 거의 새벽1시..
저녁을 일찌감치 먹은 덕분에 이제는 배가 고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30분쯤 고민을 하다가 점점 더 배가 고파져서 배를 채워야만 잠이 올 것 같다.
햇반과 카레를 데워 먹으려면 배낭을 뒤져 버너와 부탄가스, 냄비를 꺼내야 되는데..배는 고프지만 도저히 귀찮아서 안될 것 같다.
햇반만을 들고 밖으로 나가 보니, 식탁에는 마지막으로 온 산행팀들이 식사를 하고 치우지도 않고 김치, 멸치볶음, 깻잎 등이 통째로 내팽겨져 있다.
그 중에서 그래도 깨끗하게 보이는 락앤락통에 담겨진 멸치볶음 몇개를 햇반 위에 얹어 휘엉청 밝은 달빛을 보며 먹었는데, 그 맛이 정말 환상적이다.
-마음으로 걷는 산길이야기 by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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