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02(金)
산행코스: 수피령-복계산갈림길(H)-칼바위봉-892고지-감설마을(이외수선생집필처)
도상거리: 약 7.3km
탈출거리: 약 4km(892고지→감성마을→다목리버스터미널)
산행시간: 7시간30분...휴식(30분)/중식(45분)/탈출(892고지→감성마을: 60분) 포함
날 씨: 대체로 맑음
대간길을 잠시 접어두고
방향을 돌려 항상 마음 속에 숙제로 남겨져 있는 한북길에 발을 올린다.
한북정맥이란
백두대간의 추가령에서 남서쪽으로 뻗어 내려오면서 한강과 임진강에 이르는 산줄기를 일컫는다.
추가령에서 남서로 갈라져 내려오면서
백암산(1,110m)을 지나 휴전선을 넘어 적근산과 대성산(1,178m)으로 이어진다.
대성산에서 내려온 산줄기는
수피령에서 복주산-광덕산-백운산-국망봉-강씨봉-청계산-운악산-죽엽산-불곡산-도봉산-북한산 등을 거쳐
임진강과 한강의 합류 지점인 교하의 장명산에서 그 맥을 다한다. ___ 펌
한반도의 분단된 현실로 인해
한북정맥의 시작점인 추가령에서 수피령 직전의 대성산까지는 안타깝게도 직접 거닐 수 없는 구간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현재 한북정맥의 시작점은 철원과 화천의 경계인 수피령이 된다.
대성산은 인근 군부대에서(15시단)의 주최로 매년 단 한 번 가을에 개방이 된다고 한다.
대성산은 그때 가 보기로 하고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다목행 버스를 타고 수피령으로 향한다.
▼09:41
동서울터미널에서 사창리/다목리행 첫차(06:50)를 놓치고
07시30분에 출발하는 다음 버스를 이용하여 다목리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합니다.
▼지역이 지역인지라 지나다니는 짚차나 군부대 트럭,
그리고 인근 부대에서 복무하는 군장병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다목리에서 한북정맥의 시작점인 수피령까지는 걸어서 약 1시간 거리..
지나가는 차에 편승할 요량으로 몇번의 히치를 시도했지만,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은 이유에서인지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10:03
매표소 맞은편에 있는 가게(덕흥유통)에 들어가서 음료수를 사면서 콜택시전화번호를 물었더니
친절하게도 직접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주시더니 조금 있으면 바로 택시가 올 거라고 합니다.
다목리에도 콜택시가 있긴 있지만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 모두 사창리로 나가서 영업을 한다고 하는데,
다행히 다목리에 택시가 있어서 저렴하게 수피령까지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오늘의 산행들머리인 수피령에 도착합니다.
▼철원과 화천의 경계인 수피령..
한북정맥의 시작을 알리는 여러 정맥리본들이 산으로 올라가는 임도 옆에 매달려 산객을 반깁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훨씬 많이 쌓인 눈..
아직 겨울산행에 대한 적응도 되지 않았는데 엄청나게 쌓인 눈을 보니 기분이 알딸딸합니다.
일단 배낭에서 스패츠와 아이젠을 꺼내는 등 바쁘게 산행준비를 합니다.
▼10:19
산행준비를 마치고 한북정맥에 첫발을 올립니다.
동서울에서 첫차를 타고 와서 앞서간 산님이 있는지 눈길에 찍힌 발자국이 선명합니다.
▼한북정맥을 함께하기로 한 묵묵부답님..
정맥산행이 처음이시라 아마도, 아무래도 부담도 있으실 테고..
한북길에 발을 올리시는 첫 느낌은 사뭇 다르지 싶습니다.
▼먼저 신고를 하고..
나도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수피령에서 줄곧 임도를 따라 마루금이 이어집니다.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서 조망이 트여 뒤를 돌아보니
내년 가을에나 오를 수 있을 법한 대성산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별반 어려움 없이 가볍게 진행할 수 있는 임도길이지만
쌓인 눈으로 인해 산행초장부터 발걸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일단 능선길에 올라서면 편안한 산길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 기대하며 묵묵히 진행합니다.
▼풍광은 눈부시나
눈부신 풍광을 즐길 마음의 준비가 전혀 없다 보니 두텁게 쌓인 눈에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정면으로 철탑이 보이고..
철탑 뒤로 우뚝 솟은 지도상의 촛대봉인 듯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10:43
철탑에 가까워질 무렵 암벽에 적힌 하얀 페인트의 글씨가 산객을 인도합니다.
"정상 우(→)"
▼계속 임도를 따라 마루금이 이어집니다.
▼10:51
철탑을 지나 약 7-8분쯤..
임도를 버리고 좌측 산으로 접어들라는 정맥리본들이 발견됩니다.
▼앞서간 어느 산님의 발자국도 임도를 버리고 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리본의 안내와 앞서간 산님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임도를 버리고 좌측 비탈면의 산길로 진행합니다.
▼10:56
짧지만 강한 한바탕의 오르막을 치고 올라오니 넓은 공터..
아까 임도를 따라 계속 진행했어도 결국 이 지점에서 다시 합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시 임도와 산길의 갈림길입니다.
이번에도 어느 쪽으로 가도 상관없는지..
임도 쪽에도 정맥리본들이 매달려 있지만, 임도를 따라 가면 능선을 우회하는 듯하여 좌측의 산길을 따라 진행합니다.
앞서간 산님의 발자국도 좌측의 능선 쪽으로 향하고 있고..
그런데 여기서부터 산행내내 현지점을 파악하지 못해 산행의 갈피를 잡지 못한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물론 두텁게 쌓인 눈으로 인해 어느 게 길인지 조차도 분간이 어려웠지만..!!
집에 와서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져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읽어 보니
넓은 공터에서 임도를 따라 진행해야 복계산갈림길인 헬기장이 나오고, 조금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맥의 정석 대로 마루금을 따른다는 욕심이 화를 불러일으킨 듯합니다.
어쨌든...
임도를 외면하고 좌측의 산길로 진입합니다.
▼좌측 아래로 눈의 무게를 못 이겨 쓰러진 군막사가 발견되고..
▼앞서간 산님의 발자국은 가파른 비탈면을 따라 촛대봉 정상인 듯한 암봉을 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행할수록 길인 듯 아닌 듯..
가파른 경사면에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깊게 쌓인 눈으로 인해 한 발짝 올라서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두어 번 엎어지고 간신히 암봉에 다가설 때쯤
불행히도 잡목들만 꽉 들어차 있을 뿐 길은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데,
그제서야 앞서간 산님의 발자국이 결코 정답이 아님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11:11
암봉을 뒤로하고
좌측으로 방향을 돌려 잡목을 헤치며 대충 진행했더니 참호가 나오고..
▼참호를 가로질러 올라섰더니
나무가지에 매달려 얼어붙은 노란 리본 하나가 발견되면서 정상적인 등로가 나타납니다.
휴..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암봉은 지도상의 촛대봉이었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정상적인 등로가 나타났으니 다행으로 여기고 조심스럽게 진행하는데,
등로에 찍힌 발자국의 형태를 보니 진행방향과 반대로 발자국이 찍혀 있어 산객의 판단을 헷갈리게 만듭니다.
어땧게 된 것인가, 그렇다면 현재 반대로 가고 있다는 말인가..??
잠시 진행하다가 찜찜하여 참호가 있던 지점으로 다시 되돌아갑니다.
▼하지만..
참호로 되돌아가 봐도 별다른 길은 없고 현재 진행 중인 길 하나밖에 없습니다.
일단 정신을 차릴 겸 배낭을 내리고 지도를 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11:32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
▼잠시 진행했더니
내림길로 이어지면서 한북길을 안내하는 여러 정맥리본들이 나타납니다.
▼주위를 조망하고 산줄기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야만 뭔가 실마리가 풀릴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산길은 계속 능선 우측 아래의 옆구리을 따라 이어집니다.
▼11:43
그러던 중..
돌연 앞서간 산님의 발자국이 사라져 버리면서 엄청나게 쌓인 눈과 함께 길도 뚝 끊어져 버립니다.
길을 찾기 위해 다시 왔다리갔다리..
하지만 길은 여기 한곳뿐..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집고 전진했더니 다행히 계속 등로가 이어집니다.
나무가지가 눈의 무게에 못 이겨 아래로 축 늘어지다 보니 길이 막힌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진행하면서 가만히 생각하니
앞서간 산님은 진행이 어려워 일찌감치 포기하고 내려간 것으로 추측되어 집니다.
그래서 아까 등로에 찍힌 발자국이 거꾸로 찍혀 있었고..
어쨌든 이제부턴 등로에 쌓인 눈에 첫 발자국을 남기며 등로를 거의 개척하다시피 진행해야 할 판입니다.
▼잠시 진행하니
나무에 그려진 붉은 페인트의 화살표가 나타나 제대로 가고 있음을 알려 줍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산길이 산옆구리를 따라 계속 이어집니다.
▼우측으로 수림을 뚫고 살짝 조망이 트이고..
▼뭔가를 알리려는 듯 여러 정맥리본들이 나타나더니...
▼바위너덜길이 시작되는데..
▼정맥리본은 좌측 오르막을 따라 암봉으로 향하도록 인도합니다.
▼12:07
오르막을 따라 힘겹게 올라오니 집채만한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있습니다.
지도상의 칼바위인 것 같은데, 그저 짐작만 될 뿐..
그런데 불행히도 더 이상 길은 없습니다.
바위를 타고 넘어서 가 볼 요량으로 진행을 시도했지만 도저히 불가능..
또 다시 잠시 갈팡질팡..
▼다시 왔던 길로 내려가니
다행스럽게도 암봉을 우회해서 진행하는 길이 발견됩니다.
쌓인 눈으로 인해 길을 찿기조차 힘이 드니..
▼오르내림은 있지만 비교적 완만한 등로가 이어지다가
등로는 직진하는 방향으로 이어져 있지만
좌측으로 오르면 뭔가 조망이 트일 것 같은 봉우리가 있어 가파르게 올라갔더니..
▼12:26
예상대로..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면서 가야 할 능선길을 한눈에 보여주는 멋진 조망이 펼쳐집니다.
현재 올라선 봉우리가 지도상의 어느 봉우리인지는 짐작을 할 수가 없지만,
어쨌든 모처럼 펼쳐진 조망에 속이 다 시원할 지경입니다.
복주산은 구름에 가려 있고, 상해봉과 광덕산이 멀리 어렴풋하게 조망됩니다.
▼광덕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회목봉-상해봉-광덕산을 당겨서 보고..
▼좌측 아래로 다목리인 듯한 마을도 내려다보입니다.
▼12:41
조망과 휴식을 마치고 봉우리에서 내려가자 가파른 내림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길이 눈에 파묻혀 있어 바위 옆을 지날 때 갑자기 푹 꺼지는 바람에 한발 한발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이런 비탈면의 길은 완전히 눈으로 뒤덮혀 있어 아예 길이 아닌 것처럼 보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
▼진행하면 할수록 쌓인 눈의 깊이는 점점 더 심해집니다.
▼거의 허리춤까지 빠지는 경우도 더러 있어 진행이 더디기만 합니다.
▼13:16
눈과의 전쟁을 벌이며 한참을 진행하니 넓직한 공터 같은 지점에 이르는데..
▼"복계산 등산로 4지점"이란 팻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수피령에서 지금껏 처음으로 나타난 인위적인 팻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챙겨 온 산행자료엔 현 지점에 대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답자들의 산행사진에서 본 기억은 있지만
현재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고, 허기도 지고..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점심식사를 하기 전에 한북길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천지신명께 제를 올립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우선 오늘 하루만이라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부디 보살펴 주시옵소서..
갓..헬프 미 플리즈~~~
▼14:02
산제(山祭)와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한북길을 이어갑니다.
▼옆구리길을 따라 이어지던 한북길은
이제 어엿한 전형적인 능선의 형태로 이어집니다.
▼봉우리에 올라서지만,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삼각점은 눈 속 깊숙한 곳에 파묻혀 있을 게 뻔한 일..
▼그저 나있는 등로를 따라 눈을 헤치며 진행합니다.
▼내림길에 정면으로 나타나는 봉우리는 항상 부담스럽기만 합니다.
▼직진하는 능선을 피해 또 다시 우측 옆구리길로 마루금이 이어집니다.
▼군사지역임을 알리려는 듯
군 통신선이 등로를 따라 쭈욱 이어지고 있습니다.
▼눈 속에 파묻힌 참호가 나오고...
▼15:18
참호 옆에 세워진 "2-5-3-3"이라고 적힌 푯말이 발견됩니다.
푯말에 적힌 숫자의 나열을 보고 잽싸게 뒷주머니에서 산행정보가 적힌 종이를 꺼내 살펴보니
그와 비슷한 "2-5-3-HQ"란 지점이 있는데 그곳이 942봉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2-5-3-HQ"라고 적힌 푯말이 곧 나올 거라 판단하고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지점이므로 일단 무조건 열심히 진행합니다.
▼군 통신선과 함께 등로는 어느 봉우리를 향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15:22
힘겹게 봉우리를 향해 올라서니
마침내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2-5-3-HQ"이라고 적힌 푯말이 발견되고..
▼제법 넓직한 봉우리 한켠에
어느 산악회에서 매달아 놓은 '942봉'코팅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942봉..
다시 뒷주머니에서 지도를 꺼내 살펴보니..
오 마이 갓..
오늘 목표로 했던 복주산을 지나 하오현까지는 겨우 삼분의 일 정도밖에 오지 않은 것입니다.
거의 3시 반..
날은 빠르게 저물어 갈 테고..
두텁게 쌓인 눈으로 인해 속력은 안 나고..
위급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속력이 전혀 안 나는 이런 상황에서 끝까지 간다는 건 무리..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길을 찾는 게 무엇보다도 급선무입니다.
다시 지도를 보니, 1070봉에서 임도삼거리가 있는데 거기서 좌측으로 실내고개로 하산하는 길이 있습니다.
하지만 챙겨 온 선답자의 산행기록을 보니 1070봉까지도 약 100분 거리..
이런 속력으로 진행했을 경우 적어도 3시간, 혹은 더 많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고 뭐고 이제 무조건 죽자사자 사력을 다해 진행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등로는 반반하나..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따라
큰 걸음으로 어기적거리며 속력을 낸다는 게 보통일이 아닙니다.
▼무작정 속력을 내며 걷다 보니
설상가상으로 스패츠 안으로 눈이 들어가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듯 발걸음도 묵직해지고..
▼눈의 무게를 못 이겨 땅바닥으로 내리꽂은 거대한 나무가지가 길을 막기도 하고..
▼약 30분쯤 제법 빠른 걸음으로 눈을 헤치면서 진행했더니
급격하게 체력은 밑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맙니다.
이렇게 얼마를 더 가야 할지 앞이 깜깜..
▼16:02
그러던 중 한바탕의 오르막을 치고 올라오자
좌우로 나있는 선명한 임도가 나타나면서 이정표가 발견됩니다.
▼해방촌(左) 2.5km..
황급히 지도와 선답자의 산행기록을 살펴보니 현위치는 892고지..
좌측의 해방촌으로 가는 길은 지도에도 나타나 있지 않지만,
어쨌든 마을로의 하산길인 듯하여 천지신명의 도움이라 여기고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여기서 바로 정맥산행을 끊고 좌측 해방촌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봉우리를 우회하여 오름길이 다시 나타나는 건 아닌지..
조바심과 함께 긴장의 끈을 풀지 못한 채 조심스럽게 진행합니다.
▼넓직한 임도길이 어느 정도 이어지다가..
▼군참호 푯말도 나오고..
▼임도는 사라지고 좁은 산길...
▼어느 순간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산길은 끊어져 버리고 계곡이 나타납니다.
▼잠시 헤매다 계곡을 따라 방향을 잡았더니
이내 계곡을 따라 선명한 산길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계곡 좌측으로 넓다란 임도 같은 산길이 이어집니다.
▼임도길을 따라 멧돼지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겨져 있는데..
▼멧돼지 발자국은 끝없이 이어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산객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줍니다.
길 잃은 산객을 위해 산신께서 보낸 멧돼지는 아닌지..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도 많아지고 계곡도 점점 넓어집니다.
▼때로는 계곡을 건너기도 합니다.
▼하산길이 무척 길게 느껴집니다.
내려가는 도중에 어느새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고..
만약 지금의 하산길이 없었다면 능선상에서 어둠을 맞이했을 거란 생각도 들고,
다음에는 어떻게 구간을 이어가야 할지 걱정도 되고..
▼간혹 등로가 잡목으로 어수선해 정신이 없지만,
멧돼지 발자국과 영역표시를 하기 위함인지 멧돼지가 싸질러 놓고 간 노란 오줌이 하산길의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16:59
한참을 내려오니..
드디어 산길의 끝을 알리는 녹색의 철담장이 눈에 들어오고..
▼철담장을 지나..
▼정비되어 깔끔한 임도를 맞이하는 순간
긴장에서 완전히 벗어나 안도의 탄성이 입에서 절로 튀어나옵니다.
▼철담장에는 산불조심/입산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습니다.
입산(入山)은 해서는 안 되겠지만, 출산(出山)은 어쩔 수 없었던 상황..
▼이 일대가 '들국화재배단지'라는 안내문도 나오고..
▼음향시설도 나오고..
▼17:04
이정표도 나옵니다.
다목리시내 1,500m, 벌덕약수터 966m..
벌덕약수터..
약수터의 이름이 참으로 요상합니다.
약수터의 물을 마시면 죽는 사람도 벌떡 일어난다는 말인지 아님 죽은 거시기도..??
시간만 있었으면 한 통 받아 오는 건데..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쉬어 가라고 정자도 나오길래
잠시 배낭을 내리고 긴박했던 불과 1시간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을 돌립니다.
▼정자에서 휴식을 마치고 보따리를 챙겨 잠시 진행하니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나오는데..
▼다리 옆에 '이외수 선생님의 집필처'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존경하는 이외수 선생의 거처가 여기에 있었다니..
▼다리를 건너 담장 너머로 살짝 안을 들여다봅니다.
▼염치 불구하고 따뜻한 커피라도 한 잔 얻어 마실까 했더니 불이 꺼져 있어 그냥 가던 길을 갑니다.
▼아스팔트포장도로가 나오고...
▼17:47
한참을 가다 보니
어느덧 아침에 버스에서 내렸던 다목리시외버스터미널..
▼19시에 막차가 있다길래
다목리매표소 맞은편에 있는 순대국밥집으로 직행하여
뜨끈한 순대국밥과 소주 한 잔으로 지친 심신의 피로를 녹이며 오늘의 산행을 마감합니다.
다음 구간을 어떻게 이어갈지 대략난감이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히 여기고,
한북길에 발을 올린 것으로 만족해야지..
-마음으로 걷는 산길이야기 by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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