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5(月)
산행코스: 세석대피소-영신봉-칠선봉-선비샘-벽소령대피소-연하천대피소-토끼봉-화개재-삼도봉-
노루목-임걸령-피아골삼거리-1424봉-돼지평전-노고단고개-노고단대피소-성삼재
도상거리: 23.4km
산행시간: 10시간20분...휴식(60분)/중식(45분) 포함
날 씨: 대체로 맑음
늘상 지리산에 오면 가장 바라는 건
발아래로 펼쳐지는 장엄한 광경도 아니고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정상에서의 일출은 더더구나 아니다.
단지 별과 달...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보는 깨끗한 밤하늘에서 더없이 밝게 빛나는 별과 달이다.
쏟아질 듯한 별무리는 없어도 좋다.
휘엉청 밝은 달빛 아래 잠시 감상에 젖어 보는 것은 나에게 지리산에서의 가장 즐거운 순간이다.
어젯밤은 흐린 날씨로 인해 그러한 시간을 가질 수 없었다는 점은 큰 아쉬움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대피소직원의 말에 따르면 내일부터 비가 오고 오늘은 그럭저럭 맑은 날이 유지될 거라고 한다.
어제 산행에 있어서의 최대 목표가 등산화가 젖지 않게 산행을 하는 것이었다면
오늘은 최대한 빨리 성삼재로 하산하는 일이다.
16시40분에 성삼재에서 구례로 가는 버스를 놓칠 경우
집이 인천에 있는 나로서는 귀가하는 일이 상당히 곤혹스럽고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새벽 05시에 맞춰 놓은 휴대폰의 알람소리에 기상하여 햇반 2개와 즉석카레로 꾸역꾸역 뱃속을 채우고
잠시 후 육수를 흘리며 줄기차게 걸어야 할 지리산 주능선길 노가다산행에 앞서 흡연구역에서 커피와 함께 마지막 여유로움을 즐깁니다.
▼06:10
배낭을 챙긴 후 세석대피소를 뒤로하고 오늘 산행의 1차 목표지점인 벽소령대피소를 향해 출발합니다.
벽소령대피소까진 6.3km..
▼어제 철저한 관리로 뽀송한 상태를 유지하는 등산화가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정상적인 디카도 만족스럽고..
대피소직원의 말대로 오늘 비도 전혀 내릴 것 같지가 않고..
모든 게 정상입니다.
이제 오로지 성삼재까지 줄기차게 걷기만 하면 됩니다.
▼구름인지 산인지..
산을 덮치려는 시커먼 구름이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합니다.
▼비온 다음날 아침의 산은 참으로 신선하고 아름답습니다.
▼06:23
영신봉에 도착합니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버스를 같이 타고 온 4명의 일행들이 영신봉 정상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나보다 세석대피소를 먼저 떠났던 모양입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잠시 멈추어 서서 조망을 즐깁니다.
▼가야 할 지리산 주능선길
▼영신봉 정상을 지나면 내림의 긴 계단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벽소령대피소까진 4.9km..
▼지리산 주능선길 내내 산죽의 행렬이 이어집니다.
▼지나온 영신봉을 뒤돌아보고..
▼바위에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내리막 바위구간을 지날 땐 무척이나 조심스럽습니다.
▼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멋진 그림을 선사하는 봉우리에 올라섭니다.
▼벽소령대피소까지 4.2km..
칠선봉에 도착한 모양입니다.
▼오늘은 발아래로 펼쳐지는 조망보다
물기를 머금어 싱그러운 야생화에 더욱 눈길이 갑니다.
검색을 해보니 이넘은 지리산에서만 서생하는지 '지리터리풀'이란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연잎꿩의다리
재작년 설악산에서 만난 연잎꿩의다리를 지리산에서도 만납니다.
▼산수국도 만나고..
▼노루오줌풀은 지천으로 피어 있습니다.
▼물기를 머금은 산죽이 호위하는 좁은 산길도 상쾌함으로 다가오고..
▼다시 호쾌한 그림이 펼쳐져 갈 길 바쁜 산객의 발걸음을 잠시 멈춰 세웁니다.
▼왜 항상 이런 서두르는 산행을 해야 하는지..?
언제쯤 퍼질러 앉아 여유롭게 조망을 하며 즐기는 산행을 할 수 있을런지..?
▼좁혀지고 있는 벽소령대피소까지의 거리만 확인한 채
계속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07:47
어느덧 선비샘에 도착합니다.
▼07:52
선비샘의 물맛을 음미하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합니다.
이제 벽소령대피소까진 2.4km..
벌써 세석대피소에서 반 이상을 훨씬 더 왔습니다.
▼계속 벽소령대피소까지의 거리만 확인하고 줄기차게 진행합니다.
벽소령대피소까지 1.7km..
▼운무로 뒤덮힌 노고단 방면..
▼이제 벽소령대피소까지 1.1km..
▼낙석주의구간을 지납니다.
▼벽소령대피소 0.6km..
▼08:44
드디어 벽소령대피소에 도착합니다.
매점에서 쵸코파이 2개를 사서 커피와 함께 먹으며 휴식을 취합니다.
▼09:08
긴 휴식을 마치고 이제는 연하천대피소를 향해 출발합니다.
연하천대피소까진 3.6km..
▼진행을 더디게 만드는 미끄러운 바윗길이 제법 심심찮게 나타납니다.
▼올라야 할 형제봉인 듯..
▼세석대피소에서 지금껏 이어졌던 완만한 능선길과는 달리
형제봉으로의 오름길이 제법 다리에 힘이 들어가게 만들며 가쁜 숨을 몰아쉬게 합니다.
▼가파른 오르막이 제법 길게 이어지고..
▼09:46
형제봉 정상 직전의 형제바위에 도착합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
▼조금 땡겨서..
▼형제바위
▼09:57
조금 더 진행하여 형제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형제봉 정상바위에서의 조망이 아주 좋습니다.
조망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천왕봉 방면
▼노고단 방면
▼휴식과 조망을 마치고 다시 연하천대피소를 향해 이동합니다.
▼어느덧 연하천대피소까지 1.2km..
▼지도상의 삼각봉을 지나는 듯..
▼'곰출현주의'라고 적힌 현수막을 보며 능선길 내내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무슨 곰이 나타날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공교롭게도 등로를 벗어나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뭔가가 풀숲을 헤치며 지나가는 '사사삭'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물론 곰은 아니겠지만, 소리가 제법 묵직하게 들렸던 걸로 봐서 작지 않은 야생동물인 것 같은데..
헛기침을 하고 스틱으로 바위를 탁탁 치며 주위를 유심히 살피며 진행했더니
더이상 움직임도 소리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음정갈림길을 지납니다.
▼정비된 등로가 얼마간 이어지더니..
▼10:51
연하천대피소에 도착합니다.
많은 등산객들이 식사를 하느라 시끌벅적합니다.
아침에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온 등산객들과 어제 하룻밤을 보낸 등산객들이 뒤섞이는 바람에 더욱 혼잡스러운 거 같습니다.
▼한 자리를 차지하여 이번 지리산 산행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합니다.
▼11:33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제는 노고단을 향해 출발합니다.
노고단까지는 10.5km..
▼사실 연하천대피소에서 노고단까지는
삼도봉에서의 조망을 제외하면 별시리 시선을 붙잡을 만한 볼거리가 없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런 구간입니다.
▼벌써 연하천대피소에서 1km나 왔습니다.
▼완만한 오르내림..
▼잘 정비된 등로..
▼별 특징없는 산길이 이어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발걸음에 속력이 붙습니다.
▼완만한 오름이 이어지면서..
▼밝은 부분이 보이는 게 뭔가 나오려는 싶더니..
▼12:47
다름아닌 토끼봉 정상입니다.
▼전에는 이정표에 토끼봉 정상을 알리는 아무런 정보도 없어 그저 토끼봉 정상이겠거니 짐작만 하고 지나쳤는데,
이정표에 손을 좀 본 모양입니다.
이제 노고단까지 7.5km 남았습니다.
▼토끼봉 정상을 지나 잠시 진행하여..
▼12:52
적당한 장소에 배낭을 내리고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합니다.
▼13:02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
▼레일을 설치하면 기차라도 다닐 수 있을 것 같은 철로처럼 정비된 등로가 이어집니다.
▼13:21
경상도 사람들과 전라도 사람들의 물물교환장소였다는 화개재에 다다른 듯..
▼이제 노고단까진 6.3km..
▼13:26
화개재를 지나 잠시 진행하자 목재계단길이 나타납니다.
▼안내판에는 화개재-삼도봉 구간에 걸쳐 설치된 330m 길이의 목재계단길이라고 하는데..
▼그런데 장난 아니게 끝이 없이 올라가는 듯합니다.
▼한참을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 290계단이 남았다고 매직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제 100계단
▼드디어 목재계단길의 끝..
항상 성삼재 쪽에서 오면서 내림의 목재계단길이라 반대방향에서 오면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목재계단길이 끝나도 오름길은 조금 더 이어집니다.
▼13:44
드디어 오름길이 끝나고 삼도봉 정상에 올라섭니다.
▼노고단 방향
▼지리산 주능선길에서 우측으로 살짝 벗어난 반야봉..
저 반야봉은 언제 오르나..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지리산의 제2봉인 반야봉은 늘 등한시하게 됩니다.
오늘도 마찬가지..
반야봉을 아쉬움으로 바라보며 삼도봉 정상 한켠에서 배낭을 내리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처음에는 운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순식간에 바람에 구름이 휩쓸려 가며 골짜기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13:54
휴식을 마치고 다시 노고단을 향해 달려갑니다.
▼야생동물들의 추적을 위한 장비도 발견되고..
▼14:00
반야봉삼거리를 지나고..
▼14:16
노루목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반야봉으로 오르면 방금 전의 반야봉삼거리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반야봉을 다음으로 기약한 채 계속 노고단을 향해 전진합니다.
▼노고단 4.0km..
연하천대피소에서 반 이상을 왔습니다.
서서히 오른 다리에 무리가 오면서 체력이 부치기 시작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마주오는 등산객과 만나는 빈도가 차츰 뜸해지더니,
등산객을 만난 지도 한참이나 지난 듯합니다.
오늘 아침 화엄사나 성삼재에서 출발했을 등산객들은 이제 거의 대부분 다 지나간 모양입니다.
▼14:39
지리산에서 물맛이 가장 좋다는 임걸령샘터에 도착합니다.
▼한 바가지 받아 목을 축이고,
물통의 미지근해진 물을 임걸령샘터의 시원한 물로 교체한 후 바로 이동합니다.
▼이제 노고단까진 3.0km..
▼14:50
피아골삼거리(임걸령)을 지납니다.
▼14:59
헬기장인 1424봉에 도착합니다.
▼이제 노고단고개까진 2.1km, 약 1시간거리..
지금 시각 오후 3시..
노고단고개에서 성삼재까지의 거리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닙니다.
▼조금 더 힘을 내어 발걸음에 속력을 올립니다.
▼15:10
완만한 능선봉을 지나..
▼다시 헬기장이 나오고..
▼멀리 노고단 정상의 돌탑과 노고단고개의 돌탑이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걸 보니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 땡겨서..
노고단 정상에 위치한 돌탑
▼노고단고개에 위치한 돌탑
▼돼지평전을 지나고..
▼이제 노고단고개까지는 불과 1.0km..
▼15:28
제법 속력을 내었더니 체력이 급방전되는 듯..
잠시 배낭을 내리고 지리산능선길에서 마지막 휴식을 취합니다.
▼15:34
다시 출발..
▼이제 0.5km..
▼드디어..
▼15:54
노고단고개에 도착합니다.
▼반야봉..
▼방금 전 헬기장을 지나면서 보였던 노고단 정상에 위치한 돌탑
▼노고단고개에 위치한 돌탑
▼이제 성삼재로의 하산길만이 남았습니다.
▼노고단대피소로 내려가면서
다음 구간에 올라야 될 듯한 봉우리들이 마주하며 다가옵니다.
▼16:03
노고단대피소
▼시간이 빠듯한 듯하여 노고단대피소는 스치듯 지나갑니다.
▼좌측은 성삼재(돌계단길) 2.15km, 우측은 성삼재(편안한 길) 3.1km..
당연히 짧은 좌측길로 내려갑니다.
▼16:08
좌측의 돌계단길을 따라 내려오면 임도..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좌측으로 비포장임도를 따라 잠시 내려가면..
▼16:12
우측에 다시 성삼재로 내려가는 목재계단길이 나오고..
▼16:13
목재계단길을 따라 내려오면 이번엔 시멘트임도..
성삼재까진 1.5km..
16시40분에 구례로 가는 버스를 타려면 27분 남았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시멘트임도를 따라 내려갑니다.
▼성삼재 0.7km..
▼시멘트임도 좌측으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세수도 하고 족탕도 하고 가면 좋으련만..
그저 그림의 떡입니다.
▼16:30
드디어 성삼재에 도착합니다.
▼성삼재휴게소에 전에는 본 적이 없는 커피전문점이 들어섰습니다.
요즘 커피전문점이 대세긴 대세인 모양입니다.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에 스타벅스와 같은 외국 브랜드가 들어서지 않은 것도 어쩌면 큰 다행입니다.
▼아직 버스가 출발하기 전이라 급하게 다음 구간의 들머리를 확인하러 갑니다.
▼성삼재주차장매표소를 지나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 잠시 내려가니..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심원마을 표시판이 나오고..
▼조금 더 진행하니 좌측에 펜스 너머로 이정표가 있습니다.
여기가 바로 다음 구간의 들머리인 모양입니다.
▼다시 성삼재주차장으로 복귀..
▼16:38
구례공용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17:15
구례공용버스터미널에 도착..
매표소직원에게 구례구역으로 가는 버스가 몇시에 있는지 물어보니 17시40분에 있다고 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세수를 할까 뭘 할까 한 대 빨면서 고민을 하다가
터미널 맞은편에 있는 짜장면집으로 직행하여 간짜장을 시켜 급하게 한 사발 비우고 구례구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탑니다.
▼구례구역 도착..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17시57분 영등포행 무궁화 열차표를 끊고 열차에 올라타면서 백두대간 첫 산행을 마감합니다.
- 마음으로 걷는 산길이야기 by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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