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4.29(수요일)
등산코스: 용수동버스종점-38교-조무락골-석룡산-쉬밀고개(방림고개)-헬기장-화악산북봉-화악산중봉-복호동폭포-38교
산행소요시간: 약 8시간
날씨: 맑고 화창
07:10 동서울터미널에서 가평행 버스 탑승
08:20 가평 도착
09:00 용수행 관내버스 탑승
10:00 용수동 도착
경기의 최고봉인 화악산!
약 2주 전 마음에 들어 오는 순간부터 은근히 스트레스로 남아있었던 화악산...
도대체 산이 뭐길래 마음에 들어온 산을 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일까...?
어쨌던 그런 화악산을 오른다는 생각에 작은 흥분과 설레임이 앞선다.
지난 겨울 명지산을 찾았을 때 가평터미널에서는 용수행 버스를 타려는 많은 등산객들로 길게 줄을 서고 있었는데,
오늘은 화창한 날씨임에도 그때 보다는 적은 것 같다.
▼용수동 버스종점에서 내리니 좌측으로 민둥산/개이빨산으로 향하는 듯한 다리가 있다.
석룡산으로 가기 위해선 버스종점에서 2~3분 더 가서 38교를 지나 조무락골로 들어서야 한다.
▼가평터미널에서 용수행 버스에 탑승했던 등산객들은 일부 명지산 이나 연인산 입구 혹은 관청리 등에서 하차하고,
그나마 버스종점까지 온 나머지 승객들도 각자의 길로 뿔뿔이 흩어지고 결국 석룡산으로 향하는 사람은 나 혼자가 되었다,
▼38교를 지나 조무락골로 들어서자, 마을이 참 한적하고 평화롭다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석룡산은 명지산이나 연인산 혹은 화악산 등의 명성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그래서인지...잘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석룡산으로 향하는 조무락골은 더없이 한가롭고 평화롭게 느껴진다.
펜션과 식당이 드물게 나타나고 오른쪽으로는 계곡물이 기분좋게 흐르고 있다.
▼멀리 화악산 정상의 군부대 기지가 보인다.
▼38교에서 한적한 조무락골을 따라 25분정도 걸어오면 조무락산장(펜션)이 나오며,
석룡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여기서 좌측으로 나있다.
▼조무락산장을 지나 처음으로 나타는 이정표..
우측으로는 복호동폭포를 거쳐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복호동폭포쪽은 무시하고 그대로 직진한다.
▼조무락산장을 지나 산행길 내내 상추처럼 생긴 싱싱한 야채(?)가 여기저기 피어 있다.
밥에다 고추장 된장만 얹어 쌈싸 먹어도 아주 맛있을 것 같은...
▼석룡산은 사람의 발자취가 덜한 듯 야생의 냄새가 물씬 난다.
봄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여기저기 싱그러운 봄나물이 풍성한 것 같고,
사람이 지나다니는 등로임에도 겁도 없이 다람쥐들이 노닐고 있다.
거기다가 정돈되지 않은 무성한 나무가지들 조차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산행 집어치우고 나물과 약초나 실컷 캐가고 싶은 충동도 든다.
▼조무락골에서 정상가는 길은 심하게 가파르지도 않고 위험한 구간도 없다.
하지만 은근한 오름길에 무더운 날씨가 더해지니 땀도 나고 목도 탄다.
1시간 정도 올라왔을까?
생각지도 못한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야되나 왼쪽으로 가야되나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맞은편에는 산악회리본들이 주렁주렁 열려있다.
▼산악회리본을 따라 올라오자 다시 임도가 나타난다.
▼리본은 임도를 따라 잠시 걷도록 인도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좌측으로 산길을 올라가도록 한다.
▼리본이 인도하는대로 올라오자 이정표가 나타난다.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누군가가 이정표에 적힌 거리를 알아 볼 수 없게 긁어 놓았다.
이정표에 적힌 정상까지의 거리가 실제와는 달라서 고의로 지웠을 수도 있으리라...!
▼세월의 무게에 못이겨 쓰러졌는지...
▼여기에서도 안내표지판을 긁어 놓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가다보면 나오겠지..
▼고사목
▼능선길을 걷고 있지만 탁 트인 조망을 얻기가 어렵다.
나무사이로 멀리 화악산 정상부가 보인다.
▼석룡산 정상까지 300m....
정상에 거의 다가서는 듯...
▼삼각점일까..?
정상석이 놓였던 자리 같기도 한데...
▼드디어 석룡산 정상!
해발 1153m..
화악산에만 산행의 초점을 맞추고 석룡산이 해발 몇m 인지 생각도 안하고 왔는데, 1153m나 된다.
어쩐지 좀 힘들다 쉽더니...
어쨌던 석룡산 정상에서는 간단히 커피한잔만 마시고 바로 화악산으로 향한다.
▼인터넷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라 "등산로 없음"쪽으로 향한다.
▼"등산로 없음"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등산로가 아주 잘 나있다.
짐작컨데 산길의 형태로 봐서 산꾼들의 단순한 방문으로 인해서 형성된 길이 아니다.
단지 군부대로의 접근을 막기 위한 조치인 듯 하다.
▼누가봐도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평범한 산길이다.
▼5월에도 눈이 온다는 화악산...
그래서인지 아직 정상부의 나무에는 푸르름이 덜하다.
석룡산에서 화악산으로 가는 산길 주위에 유달리 눈에 띄는 산세베리아 닮은 식물...
아직 앙상한 나무가지와는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석룡산 정상에서 약 한시간쯤 왔을까...?
화악산 북봉아래 헬기장에 도착한다.
▼화악산 정상의 군부대기지가 지척에 있는 듯 하다.
▼산악회 리본들이 다시 화악산 정상으로 발길을 인도한다.
▼드디어 화악산 정상을 점령하고 있는 군부대기지를 만난다.
사실 오늘의 산행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로 작용했던 것은 시간의 압박이었다.
석룡산-화악산 코스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보니 산행시간은 보통 7~8시간으로 예상되었다.
가평터미널에서 들머리로 잡은 용수목까지 가는 버스는 첫차가 아침 9시에 있고, 막차가 용수목에서 오후 5시50분에 있다.
따라서 버스가 용수목에 도착하면 오전 10시..즉 8시간이 채 못되는 시간내에 산행을 끝내야 하므로 산행중 한번의 실수는
산행의 실패와 연결되거나, 아님 돈으로 떼워야 한다.
이러한 빡빡한 일정땜에 "등산로 없음"이란 이정표 이후의 산길에 대해서 궁금증과 더불어 길을 잃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군부대철책앞에서의 조망
지금까지 지나왔던 석룡산 줄기가 보이고, 뒤로는 지난번 갔었던 국망봉,개이빨봉, 민둥산 등이 있는 광덕고개-도성고개 능선길도 보인다.
▼오른쪽 군부대철책을 따라 화악산 중봉을 향해서 간다.
▼길도 없는 철책길을 따라 가다보니 지겹기 그지 없다.
부대철책을 지키는 사병들의 눈에는 철조망을 잡고 아둥바둥 산행을 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의 모습이 한심하게도 보일 것이다.
▼지겨운 철책을 돌아 드디어 중봉!
현재 시각이 정확히 3시...38교를 지나 5시간이 채 못 되어서 중봉에 도착 한 셈이다.
두시간 정도가 걸리는 하산길을 고려한다면 한시간의 여유가 있다.
▼여유가 생기니 허기도 진다.
하지말라는 촬영...
그렇다고 안할 수 있나..기념으로 한장 남기고 늦은 점심을 먹는다.
▼중봉에서 내려와 직진하면 애기봉...
이정표 뒤편으로 길이 있는 듯 하여 내려가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이 희미해진다.
해서 다시 올라와 애기봉쪽으로 잠시 진행하다 보니 우측에 하산길을 표시하는 듯한 산악회 리본이 매달려 있다.
▼집에 와서 검토를 해 보니 관청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올 때까지 능선을 따라 계속 갔어야 했는데..
하산길에 길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주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처음에는 바위들로 된 너덜지대가 길게 이어지더니, 점점 내려갈수록 잡목들이 우거져 길을 가로막고 있다.
▼점점 내려 갈수록 길 같지 않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잘못된 등로로 내려가면서 항상 먼저 생각되어지는 것은 다시 올라가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다시 올라가기는 부담스럽고, 내려가다 보면 좋은 길이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계속 내려간다.
사람의 발자취는 간혹 발견되지만, 잡목이 너무 우거져 있어 정상적인 등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점점 굳어진다.
▼하지만 가끔씩 나타나는 산악회 리본...
아~어쩌란 말인가...!
다시 올라가기도 그렇고,
전혀 길이 없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등로인지 아닌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이제 다시 올라가기에는 너무 많이 내려왔다.
길은 점점 엉망진창이다.
바위에는 사람의 발자취가 끊긴지 오래인 듯 이끼가 끼여 있고, 때로는 덤불이 길을 막고 있다.
▼쓰러진 나무가지 사이로 길을 헤치고 나간다.
일단 무조건 내려가보자는 심정으로...
살짝 두려움도 생기기 시작한다.
▼또다시 산악회리본...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어쩌면 이 리본을 달아논 이 분도 길을 잃고 헤매면서 내려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헤매다 막차를 놓치게 되면 어쩌나..
비싼 콜택시를 불러야 할텐데...
콜택시비가 문제가 아니라 해지기 전에 내려갈 수나 있을까..
미끌미끌한 바위이끼에 미끄러져 발목이라도 삐면 큰일나는데...등등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아직 해가 질려면 시간적 여유가 있다. 어디 한 두번 산에서 길을 잃어 봤나? 내려가다 보면 끝이 보이겠지"라고 스스로 위안을 하며
애써 냉정을 찾으며 침착을 유지할려고 노력한다.
▼어딘가 가까이에서 계곡물소리가 들린다.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계곡을 따라 내려갈수도 있겠지만, 계곡 중간에 길이 끊어져 낭떠러지에 이르게 된다면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갈증이 나길래 흐르는 계곡물을 마셨더니 너무 시원하고 맛있다.
▼본능을 믿고 무작정 내려왔더니 이정표가 나온다.
천신만고 끝에 만난 이정표...너무나 반갑다.
이정표를 보니 지금까지 "등산로없음"쪽으로 내려온 것이다.
하지만 이정표는 38교를 가리킨다.
애초에 관청리로 내려올려고 했었는데..
38교면 어떠랴! 38장땡이라도 잡은 기분이다.
정상적인 등로로 접어든 것만 해도 정말 천만다행인데..
▼하지만 서들러야 한다.
38교까지 3.7km..막차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1시간 정도...
다행스럽게도 더 이상의 가파른 내리막길은 없고 완만한 탄탄대로라서 속력을 낼 수가 있다.
▼계곡바위의 색깔이 비정상적인 등로에 있던 계곡의 바위색깔과는 대조적이다.
사람의 때가 묻었냐 아니냐의 차이이겠지만..
▼편안한 등로를 따라 내려오다가 오른쪽으로 개울을 건너라는 팻말이 걸려 있다.
왼쪽으로 갔다간 조난의 위험이 있단다.
팻말을 보지 못했다면 왼쪽으로 빠졌을 수도 있었으리라...!
▼개울을 건너려고 오른쪽을 보자 산악회리본도 개울을 건너야 된다는 듯이 그쪽으로 매달려 있다.
▼길을 잃고 처음 만난 이정표에서도 38교까지 3.7km 였는데..
거기에서 속보로 약 20분을 내려왔는데도 또 38교까지 3.7km 이다.
석룡산 정상부에 있는 이정표들에 적혀있던 거리가 왜 긁혀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
▼막차시간까지 남은 시간 50분
속보가 아니라 뛰어야 될 판이다.
▼예상치 못한 복호동폭포....
감상할 여유도 없이 지나친다.
▼좀 뛰었더니 무릎이 시끈거리고 발바닥이 아프다.
바지를 보니 허벅지 부근에 송진이 묻었는지 똥묻은 것처럼 노랗게 배여 있다.
버스 탔을때 민망함을 피하려면 갈길이 바쁘지만 닦아내야 될 것같아 물을 적셔 문질러도 안 빠진다.
에이...쪽팔려도 할 수 없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구고 싶지만...정말 그림의 떡이다.
갈증이 난다.
시원한 맥주 한캔이 간절하다.
▼급하게 뛰어온 결과 민가가 나온다.
아침에 지나갔던 조무락산장도 나오고...
▼헐레벌떡 뛰어오니 5시40분!
그래도 버스 출발할려면 10분 남았다.
가게에서 캔맥주를 사다가 벌컥벌컥 마시니 정말 맥주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안주로 육포를 꺼낼려고 배낭을 벗었더니 배낭이 엉망이다.
바지에 묻은 거와 같은 노란물이 배겨 있고, 미끄러진 적도 없는데 흙이 잔뜩 묻어 있다.
▼내 몰골을 훑어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얼굴은 온통 땀에다가, 등산복상의는 땀에 절여 허연 소금이 배겨 있고, 배낭 역시 엉망, 바지에는 노란물...
버스에 이미 탑승해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 하다.
나머지 캔맥주를 입에 털어 넣고 육포를 씹는 맛이 일품이다.
수건으로 얼굴에 땀을 닦고 그 수건으로 배낭을 힘차게 탁탁 털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버스에 탑승한다.
▶애초에는 38교를 들머리로 해서 석룡산~중봉을 밟고 관청리로 하산하는 산행코스를 목표로 했으나,
중봉에서 하산 도중 길을 잃어 다시 38교로 하산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은 원점회귀코스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등산로없음"쪽으로 내려오던 약 1시간30분동안의 시간은 정말 긴장의 연속이었기에
무사히 하산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여지껏 산행을 하면서 가끔씩 길을 잃어 헤매었던 경험들도 어쩌면 큰 도음이 되었으리라..!
▼석룡산-화악산 등산지도
-마음으로 걷는 산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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