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저산

명성산: 궁예의 슬픔 속으로...

산장 2009. 3. 18. 11:44

 ▶2009. 3.17(화요일)

    등산코스: 산정호수-비선폭포-책바위-팔각정-삼각봉-명성산정상-궁예봉-강포3교-산정호수

    산행소요시간: 7시간

  

    어제 황사가 전국을 뒤덮어 산에 갈까말까 고민했지만,

     오늘 오전 중으로 황사가 물러난다는 보도만을 믿고 망설일 필요 없이 집을 나선다. 

     새벽 짙은 안개가 희뿌옇게 깔려 있다.

     다행히 호흡하기에는 별 지장이 없다.

 

    07:10 동서울터미널에서 운천행 시외버스 탑승

    09:10 운천 도착

    10:00 산정호수행 시내버스 탑승

    10:15 산정호수 도착

   

 

    명성산은 포천시와 철원군의 경계에 위치한다.

     산정호수는 포천시에 속하며, 명성산 정상을 넘어서 궁예능선부터는 철원군에 속한다.

     원래는 요즘 인기있는 강포3교에서 궁예능선을 지나 명성산을 밟은 후 산정호수로 내려가는 코스를 거닐려고 했는데,

     강포3교를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도무지 확실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산정호수를 들머리로 강포3교를 날머리로 하여 다음을 위해 강포3교에서 직접 현지정보를 얻어 보기로 했다.

 

                  ▼오늘도 역시 산행의 첫 번째 단계는 화장실로 직행하는 것이다.

                    국민관광지답게 깨끗한 화장실이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대학교 MT장소로 산정호수를 몇 번 와 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민박집에서 술 먹고 화투 치고 한 것 빼고는 별다른 추억이 없다.

                    더욱이 그때는 명성산이 있는지조차 몰랐고 관심도 없었지만...

                    근 20년이 지난 지금...

                    물론 그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개발되고 환경이 개선되었겠지만...

                    깔끔한 느낌을 받는다.  

 

                  ▼초입의 예쁘장한 안내표지판이 산정호수의 대중적인 인기와 더불어 명성산도 많은 정비가 있었음을 가늠케한다.

                    시즌이 아니라서 그런지 문을 연 가게주인들을 빼놓고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제의 황사도 한 몫을 했을 것이리라...

 

                  ▼안내표지판이 가리키는 화살표 방향을 따라가자 등산로 입구에 걸맞는 식당과 등산용품가게 그리고 카페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그러한 가게를 지나자마자 곧 비선폭포가 나온다.

                    비선폭포가 초입에 바로 있을 줄은 생각지도 않았었는데...

                    산길은 비선폭포에서 책바위 쪽과 등룡폭포 쪽으로 갈리면서 시작된다.

                    예정된 등산코스는 책바위를 지나는 것이므로 비선폭포에서 좌회전하여 책바위로 향한다.

                    험하고 위험한 길이라고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판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다.

 

                  ▼책바위로 향하기 위해 좌로 방향을 돌리자마자 곧바로 오르막이다.

                    대부분의 산의 초입처럼 느긋하게 산길을 느끼며 걷는 게 아니라 바로 계단이 나오고,

                    올라가는 여기저기에 밧줄이 매달려 있다.

                    적응할 틈도 주지 않고 초장부터 진땀을 빼게 한다.

 

 

                  ▼위험한 구간에는 어김없이 로프나 각종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일반등산객들도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때로는 철심을 박아 연결한 로프를 잡고, 때로는 계단을 따라 오르길 1시간여...

                    그렇게 책바위능선을 통과하면 팔각정으로 가는 호젓한 능선길이 나타난다.

 

                  ▼책바위능선, 즉 초입부터 시작하여 계속된 오르막이 끝나자마자 

                    매년 늦은 가을이면 장관을 이루는 명성산의 백미인 억새밭이 호쾌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가슴이 탁 트이는 듯한 장쾌한 억새군락지...

   시원한 장관을 보고 있자니,

   올해 정월대보름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 도중 벌어진 처참한 산불사고를 머리 속에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시는 그런 사고가 일어나선 안되겠지만, 앞으로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가 폐지된다고 하니...

   한편으론 씁쓸하다.

 

 ▼팔각정에 이르서야 비로소 사람들을 만난다.

   어제 심한 황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일정을 미뤘을 것이다.

   하지만 날씨가 좋다고 해도 대부분의 산이 주말을 빼놓고는 한적하다.

   어떨 때는 산행내내 사람구경도 못할 때가 있다.

   전에는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오히려 산을 통째로 빌린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질 때도 있다.

 

 

                  ▼팔각정 옆에 세워져 있는 표시석..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은데 왜 있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여기가 명성산임을 나타내려고 하는 것인지...!?

 

                  ▼여기서 삼각봉까지는 평이한 능선길이 쭈~욱 이어진다.

 

 ▼저 아래로 흐릿하게 산정호수가 보인다.

   황사는 완전히 가신 듯...

   하지만 새벽부터 짙게 드리워진 안개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음에도 쉽게 가시질 않는다.

   좋은 조망은 애초부터 기대하질 않았지만...조금은 아쉽다.

 

 

 

 

                  ▼개인적으로 양쪽이 훤하게 트인 능선을 따라 걷는 것이 산행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다.

                    명성산은 어떻게 보면 북한산과 관악산을 절묘하게 합쳐 놓았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얼마 전 꽃샘추위에다 눈까지 와서 몸살을 앓아 꽁꽁 얼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한기가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살에는 별 수 없는지 눈이 녹아 질척하다. 

 

▼맑은 날이면 저 멀리 명지산과 경기 최고봉인 화악산까지 한눈에 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황사가 물러나서 호흡하기 편하고 날씨까지 포근해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다. 

 

                  ▼따뜻한 햇볕 아래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기가막힌 명당자리를 발견한다.

                    사람들이 많은 날에는 서로 차지하기 위해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어야 할 그런 장소임에 분명하다.

                    요기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실 겸 잠시 머물다 간다.

 

▼아무래도 군사분계선에 가까운 지역이고 군부대지역인지라 저쪽보고 촬영을 하지 말라고 경고문까지 있다.

  이 근처에서 훈련을 받고, 행군을 하고, 기합을 받고, 철책안으로 들어가 수색정찰을 하고, 매복을 하고...

  그랬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벌써 20년이 훨씬 지났다.

  

                  ▼그렇다...!

                    산은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고 무엇을 가졌으며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전혀 중요하지 않게 만든다.

 

 ▼정상이 가까워지는지 봉우리들이 삐죽삐죽 모습을 드러낸다.

   저 봉우리들 중 가까운 것은 삼각봉이고 다음은 명성산 정상이며 그 다음은 궁예봉일 것이리라..!

 

                  ▼헬기장을 지난다.

 

                  ▼헬기장을 지나자 양갈래길을 만나게 되는데 하나는 암벽을 넘어야 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그 암벽을 우회하는 길이다.

                    우회하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암벽을 넘어 직진하는데 암벽을 타자마자 후회하게 된다.

                    어떤 곳은 눈이 얼어 미끌거리고, 어떤 곳은 눈이 녹으면서 물이 줄줄 흐른다.

                    잘못 짚었다간 장갑과 옷이 다 젖을 것 같고 미끄러워서 위험하기도 하다.

                    이미 암벽 중간쯤 올라온 터라 다시 후퇴하기도 그렇다.

 

                  ▼암벽을 다 올라가면 편안한 길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지난번 왔던 눈이 아직 녹지 않고 일부 남아있다.

                    눈을 밟자마자 발 밑으로 눈이 팥빙수처럼 녹으면서 질퍽해진다.

                   

 

                  ▼게다가 내리막길은 온통 눈길에다 질퍽하고 미끄럽고...

                    이건 뭐...아이젠도 필요 없고 그냥 조심해서 엉거추춤 내려가는 수밖에 없다.

                    미끄러졌다간 옷이고 뭐고 죄다 엉망이 될 판이다.

                    그렇게 엉거추춤 조심스럽게 내려왔더니 양 갈래 길 중 가지 않은 길의 끝이 나온다.

                    젠장...!  

 

 

                  ▼삼각봉 정상

 

                  ▼명성산은 울음산이라고도 불리운다.

                    왕건에 패한 궁예가 이곳에 머물며 백성들과 함께 통곡을 하였다하여...

 

 ▼책바위능선을 지나 팔각정에서 지금까지의 행적..

 

                  ▼명성산 정상은 삼각봉의 다음 봉우리로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다.

 

                  ▼명성산 정상

 

                  ▼명성산 정상석 위에다 새들이 실례를 많이 해놓았네..ㅋ

                    정상석을 마주보고 있는 봉우리가 이미 거쳐온 삼각봉

 

                  ▼명성산의 유래가 자세히 적혀있다.

 

                  ▼여기에서 산안고개로 빠지거나 궁예능선을 타고 강포3교로 내려갈 수 있다. 

                    예정된 코스의 마지막 행로인 궁예능선으로 향한다.

   

                  ▼몰락한 왕의 전설이 달갑지 않은지 명성산 정상에서 궁예능선을 지나는 동안의 이정표들은

                    "국민관광지 산정호수"에서부터  명성산까지의 화려한 이정표에 비해 너무나 초라하다. 

                    마치 쫓겨난 궁예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 주려는 듯...!

 

                  ▼비록 왕건은 승리자이고 궁예는 패배자이지만,

                    그래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일 텐데...

                    이를 안타까워한 어느 산님이 애닳은 마음에 직접 이 산길이 궁예능선임을 알리기 위해 소박한 팻말을 친절하게 걸어 놓았다.  

 

                  ▼많은 사람들이 궁예능선을 찾아왔음을 보여주는 산악회리본이 명성산의 어떤 장소에서 보다도 더 많이 걸려있다.

 

                  ▼또 어느 정성스러운 분께서는 현재의 위치가 궁예능선을 따라 강포3교로 가는 길임을 표시하는 리본도 직접 달아 놓았다.

                    이 리본이 명성산 전체에서 내가 만난 강포3교에 관한 유일한 정보이다.

 

 ▼궁예능선에서 바라본 명성산 정상과 삼각봉.

   궁예능선을 걷고 있자니 매서운 바람이 무섭게 몰아친다.

   몸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

   매섭게 달려드는 강풍보다도 오히려 산자락을 휘돌며 내는 바람소리가 산객을 더 압도한다. 

 

 

                  ▼침전바위

                    궁예가 위에 올라가 잠을 자던 장소란다. 

 

                  ▼궁예봉으로 가는 길은 온통 유격훈련코스다.

                    눈이 녹아 질척하고 경사져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궁예봉으로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바람 또한 점점 더 매섭게 몰아친다.

 

 

 

                  ▼유격훈련코스를 몇번 거치고 나자 궁예봉 정상에 이른다.

                    역시 변변한 정상석조차 없다.

                    단지 표시목만이 덩그러니...ㅠ.ㅠ  

 

▼궁예봉 정상에서 바라본 명성산 정상과 삼각봉 

 

▼궁예봉 정상에서 내려다본 산정호수  

  패배자의 자존심인가...!

  매서운 바람은 잠시 동안의 머무름조차 성가신 듯 정상에 서 있는 산객의 발걸음을 재촉하기만 한다.  

 

                  ▼밧줄을 탈 땐 코팅장갑만큼 요긴한 게 없다.

                    비록 없어 보이긴 해도... 

                    젖은 밧줄을 붙잡고 오르고 내려오고 했더니 장갑이 걸레가 되었다.

 

                  ▼궁예봉에서 내려오자 또 다시 재밌는 유격훈련이 기다린다.

 

 

 ▼궁예봉을 내려오면서 한동안 유격훈련이 수차례 이어지더니 오랫만에 편안하고 호젓한 길이 나온다. 

    마을과 도로가 바로 지척으로 내려다보여 다 내려왔겠지 싶었는데...

 

                  ▼편안한 길은 얼마 가지 않아 끝나고 아찔한 대슬랩구간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로프가 단단히 나무에 매달려 있어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다.

 

                  ▼대슬랩구간을 내려와서 걷다보면 곧바로 계곡을 만나고,

                    계곡을 따라 20~30m 정도 내려오면 좌측으로 난 임도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임도에 접어들면서 산행길은 거기에서 허무하게 끝이 나게 된다.

 

 

 

▼임도를 따라 내려오자 인위적으로 파놓은 곳을 여럿 볼 수 있는데 탱크나 군용차량을 위한 주차지인 듯하다. 

 

                  ▼임도를 따라 쭈~욱 내려오니 그 유명한 강포3교 다리를 만난다.

                     xx부대임을 나타내는 비석이 있으며, 주위로 병사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강포3교 안쪽으로는 군사지역임을 알리는 안내표지판도 있다.

 

                  ▼명성천을 지나는 강포3교

                    명성천을 사이에 두고 두개의 국도가 있다.

                    강포3교를 건너야 할지 말아야 될지 헷갈린다.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들에게 가서 물었더니,

                    산정호수로 갈려면 다리를 건너지 말고 왼쪽으로 쭈욱 가야 한단다.

                    궁예능선에서 내려와 강포3교를 건너 우측으로 가면 신철원으로 연결되며,

                    좌측으로는 국도가 계속 이어진 듯 보이나 막혀 있단다.

 

                  ▼병사들이 일러준 대로 강포3교를 건너기 직전 좌측으로 쭈욱 진행하자

                    군부대 트럭이 지나간 듯한 바퀴자국이 계속 이어져 있고,

                    군사지역임을 특징짓는 시설 및 장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걷는 도중 뒤에서 차량소리가 들리길래 옆으로 비켜섰더니, 차가 내 옆에서 멈춰선다.

                    지프차다.

                    중사가 내리더니 고맙게도 목적지까지 태워준단다.

                    지프차를 타고 불과 5분쯤.. 

                    아스팔트도로가 나오더니, 이어서 왕건과 궁예의 만남이 있었다던 자인사를 안내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그렇게 지프차를 얻어 타고 산정호수에 다시 도착...

어쨌던 오늘의 산행일정은 이걸로 완전히 끝난 셈이다.

   

강포3교는 군사지역에 속하므로 대중교통편이 있을 수 없다.

산정호수에서 강포3교까지의 거리는 4km정도 걸어서 한시간은 걸릴 것 같다.

즉 승용차로 와서 강포3교에서 산행을 시작하려면 산정호수나 강포3교 인근에 주차시켜 놓고 산정호수↔강포3교 구간은 어쨌든 걸어서 해결해야 한다.

차량 두 대가 온다면 몰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영북면 자일리"에서 하차하여 강포저수지를 지나 강포3교까지 약 2.5km를 걸어오면 된다.

운천터미널에서 자일리(강포초교근처)가는 138-7번 버스가 있다.

운천터미널에서 자일리까지 거리로 봐서는 얼마 안되는 구간이므로 택시를 이용해도 될 상 싶다. 

 

                                                 ▼명성산 등산지도

 

 

-마음으로 걷는 산길이야기 by 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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