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19(화요일)
산행코스: 영국사-천태산-대성산-지네말
소요시간: 6시간 30분
날씨: 햇볕이 쨍쨍...
23:10 영등포역에서 영동행 무궁화호 탑승
01:26 영동 도착
01:26 ~ 05:00 영동역 근처 찜질방
06:20 양산행 명덕행 시내버스 탑승
06:55 영국사 입구 도착
산행에 맛을 들이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혼자만의 1박2일 여행을 떠나본다.
100대 명산을 계획하고 나름대로 세운 철칙이 있다.
그것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되 택시를 타지 않는 것이고,
각각의 100대 명산을 최소한 한개이상의 근처 산과 연계하여 돌아본다는 것이다.
천태산을 계획하던 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천성장마 종주코스"다.
"천성장마"란 천태산, 대성산, 장룡산, 마성산의 각각 한글자씩을 따서 그렇게 불려지고 있다.
최소한 9시간 이상 걸리는 코스이고, 일반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당일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전날 열차를 타고 영동으로 가서 인근 찜질방에서 잠시 쉬었다가 아침 일찍 산행을 시작하기로 계획을 짠 것이다.
▼전날밤 부산행 마지막 무궁화열차를 타고 1시26분 영동역에 도착...
야심한 시각인지라 영동역 주위에는 열차를 타고 온 승객들을 태우기 위한 택시만 몇대 있을 뿐 썰렁하기 그지없다.
"청석불한증막/영동역에서 영동경찰서 방향으로 약 2km/무궁화아파트 근처/도보로 20분거리"
집에서 나오기 전에 영동역 근처 찜질방을 검색해서 나왔던 청석불한증막...바람도 쐴겸 살랑살랑 걸어간다.
▼대충 샤워를 하고 한쪽 구석에 널부러져 잠을 청하지만 잠이 올리 만무하다.
눈만 감고 있다가 5시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나 찜질방을 나와 영국사로 가기 위한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버스정류장 근처 김밥집에서 순두부백반으로 아침을 먹고, 보온병에 물도 채우고 김밥도 두줄 사서 버스를 기다린다.
천태산 산행들머리인 영국사로 가기 위해선 양산방면 명덕행 버스를 타서 영국사입구인 누교리에서 내려야 한다.
첫차가 6시20분에 있다.
▼영동역 근처에는 제법 큰 영동시장이 있고,
아직 이른 아침인지라 몇몇 상인들만 노점장사를 위해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시골은 시골인 모양이다.
아직 버스매표소가 다 있고...
▼버스 내에서는 안내방송이 없으므로 미리 기사아저씨한테 부탁을 해야한다.
영국사(누교리)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잠깐이유~" 한다.
영국사까지 가는 동안 아무도 타는 사람이 없고 도로도 텅 비어 있다.
단한번의 정차도 없이 쉬지도 않고 달려서 35분...그 잠깐이 35분이다. 충청도사람들의 특유한 여유인가...?
▼신선한 아침공기와 시골냄새를 맡으며 영국사로 향한다.
▼가게도 아직 문을 안 열었고, 매표소도 문을 안 열었다.
이렇게 큰 관광지에 사람이라곤 나 혼자인 듯...
▼혹시나 관리소직원이 나와 돈 내놔라 할까봐 잽싸게 매표소를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입장료 1000원 굳었다..!
▼들리는 것은 오로지 새소리, 물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소리 뿐...
사람이 있어야 할 장소에 사람이 없는 것도 오히려 이상하다.
▼삼신할멈바위
▼삼단폭포
▼삼단폭포를 지나 잘 조성된 소박하고 때로는 앙증맞은 나무계단이 나오고...
▼나무계단이 끝날 즈음, 놀라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수많은 리본의 행렬...길게 늘어선 것이 족히 100m는 되어 보인다.
▼길게 늘어선 리본을 뒤로한 채 스스히 영국사로 발길을 옮긴다.
▼영국사...
얼마 전에 천태산을 검색하면서 "영국사"라는 말이 나오길래...
"영국사가 뭐지?" 하면서 영국을 "England"로 만 생각하고,
짐작으로 6.25 사변이후 영국군이 주둔하면서 생겨난 흔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픈 우리의 역사가 명산에 박혀 있다는 것이 못 마땅했는데...
나의 무식함이 창피할 따름이다.
▼보리수
▼영국사 삼층석탑
▼영국사 경내 역시 이른 아침이라 조용하다.
영국사를 "England Company"로 잘못 인식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인지..
산을 다니면서 숱하게 지나쳐 왔던 다른 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속은 어떠한 지 모르겠지만...겉으로 드러나는 느낌만은 좋다.
상업주의에 눈이 먼 여타의 인위적이고 화려한 절과는 달리,
그리고 유명세와는 상관없이, 영국사가 주는 소박함에 마음마저 정화가 되는 듯...!
▼오랜만에 절같은 절, 아름답기까지한 절을구경하고 나니
마치 값싸고 맛있고 분위기까지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온 듯 개운하다.
영국사를 뒤로 하고, 꾸불꾸불 시멘트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길이 기다리고 있을 곳을 향해 간다.
▼시멘트길을 걸어온 지 5분도 채 되지 않아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됨을 알리는 표지판이 나온다.
A코스...아찔한 70m의 대슬랩이 있다는 곳으로 진입한다.
▼처음에는 호젓한 산길이 이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첫번째 유격코스가 나온다.
▼안내판이 약간 겁을 주고 있으나...노약자나 어린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어쩔 수 없이 로프를 타야 한다.
▼다소 긴 듯한 로프구간을 낑낑대며 기어 올라오자 보답이라도 하 듯 시원한 조망이 눈앞에 펼쳐진다.
▼영국사를 내려다 보면서 "괜히 겁주고 있어...!"라고 생각하고 손을 털고 다시 진행하자 바로 문제의 그 구간이 나온다.
▼정말 아찔해 보이는 암벽이 버티고 서있다.
인터넷을 통해 얻은 정보에 따르면, 어느 개인이 사비를 들여 천태산의 등산로를 정비하고, 암릉에 로프도 설치했다고 한다.
그 분의 뜻에 잠시 고마움을 마음속으로 표시하고 두번째 유격훈련을 실시한다.
▼모처럼 네발로 기어올라왔더니 다리가 후덜거리며 체력이 급격히 소진된다.
날밤을 까고 와서 그런지...아님 무의식중에 안 뒈질려고 악착같이 매달렸던 모양이다..ㅋ
▼그렇게 암벽을 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에 이른다.
▼정상부에 이르자, 정상석과 함께 방명록이 놓여져 있는 테이블이 눈에 띈다.
방명록에 쓸까 말까 하다가 펼쳐보니..
아니나다를까 역시 내가 오늘 천태산에 첫개시를 한 사람인지 오늘 날짜로 기입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셀카도 찍어 본다.
삐딱한 방명록테이블에 카메라를 올려 놓았더니, 사진도 삐딱하게 나왔다.
▼천태산 정상석을 넘어 대성산으로 향하는 찰라, 뜻밖의 팻말이 나온다.
"신안리/대성산 가는 길 아님"
헉..!
그럼 어떻게 가란 말인가??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길이 없고 직진하는 길이 유일한데...
▼잠시 고민하다가 정상석을 다시 넘어와서 주위를 둘러보니 돌탑 왼쪽에 대성산을 안내하는 팻말이 있다.
▼팻말이 가리키는대로 내려가니 약간 음침해 보이는 길이 나온다.
영국사에서 정상까지 올라올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낙엽과 이제 무성해지기 시작하는 푸르른 나뭇잎들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약 10 여분간 진행하자 대성산을 가리키는 첫번째 팻말이 나온다.
▼음침했던 산길을 벗어나 차츰 능선길도 뚜렷해지고...
가고 있는 정면과 능선길 양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내가 가고 있는 능선길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은 충청북도, 왼쪽은 충청남도이리라...!
▼또다시 유격코스가 나오고...
▼뭔가 이름이 붙여졌을 법한 기암괴석들도 나온다.
▼흔들바위..?
살짝 뒤에서 밀어봤지만 꿈쩍도 안한다. 세게 밀면 흔들리려나..?
▼천태산 정상에서 내려온 지 약 35분만에 처음으로 공식이정표가 나타난다.
대성산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절터 가는 길? 무슨 절터로 가는 길인지는 지금 나와는 전혀 상관없으므로 무시하고 오던 방향대로 진행한다.
▼지나오면서 뒤돌아 본 흔들바위(?)...
양쪽으로 충청남도와 충청북도를 두고 걷는 기분이 제법 쏠쏠하다.
▼간혹 선답자들이 달아 놓은 리본도 나오고...
▼유달리 눈에 띄는 스틱자국이 나오기 시작한다.
스틱자국의 선명도로 봐서는 땅에 찍힌지 얼마 안되어 보인다.
그렇다면 오늘 나보다 앞서간 산객이 있는건가..아님 어제 찍힌 걸까..?
이런 것도 국과수에 의뢰하면 시간추정이 가능할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대성산으로 향한다.
▼정말 첩첩산중이란 표현이 이럴 때 적합한 거 같다.
보이는 건 오로지 산...nobody, nobody but mountains!
사람을 피해 산을 왔건만, 변덕스럽게도 사람이 그리워진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모양이다.
▼허기와 갈증이 동시에 난다.
갈증은 땀을 흘려서 그렇겠지만, 허기는 이해가 안간다..아침먹은 지 얼마 안되었는데...
▼첫번째 공식이정표를 2km 지나 나타난 두번째 공식이정표...
이번에는 대성산 가는 길을 안내하고, 여기가 서대산과 대성산의 갈림길임을 나타낸다.
잠시 망설여진다.
사실 걱정되는 것은 물이기 때문이다.
아침의 서늘했던 기운은 한참 전에 사라지고, 땡볕에다 무더위로 인해 물을 과소비했던 것이다.
여기서 서대산으로 가면 중간에 도로가 나오고 휴게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왔기에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서대산 가는 길"이라는 문구가 유혹의 손짓을 하고 있지만, 하루에 2군데의 100대명산을 간다는 것이 100대명산에 대한 모독인 것 같아
그 손길을 과감히 뿌리치고 대성산으로 향한다.
▼이정표 근처에도 개인이 설치해놓은 서대산을 안내하는 팻말이 있다.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를 올랐다가 다시 내려갔다가...
약간은 지루한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음침해 보이는 숲길도 지나고..
▼때때로 나오는 리본을 위안삼아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공식등로를 이탈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또다시 이정표...대성산까지 거리가 표시되어 있질 않아 도대체 얼마나 남았는 지 알 수 없다.
선답자의 산행기에 따르면 천태산 정상에서 약 3시간 거리라는 것 빼고는...
약 9시에 천태산 정상에서 내려왔으니...넉넉잡아 1시간 30분은 더 가야 한다.
▼웬일로 얼마지나지 않아 이정표가 또 나온다.
그러면서 약간 가파른 오르막...
▼뭔가 의미가 있을 듯한 봉우리이지만 봉우리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찾을 수 없다.
단지 리본만 유달리 나무가지에 많이 매달려 있다는 것 이외에는....
프린트기의 잉크가 떨어져 지도를 카메라에 담아 왔더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햇빛에 반사되어 글자를 알아 보기도 힘들다.
물 한모금을 입안에 담고 목만을 적신다.
▼다시 내리막...
▼또 오르막....
▼또 내리막...
▼그리고 다시 이름없는 봉우리...
▼그래도 갈림길에는 어김없이 눈에 띄게 여러개의 리본이 매달려 있어 한결 위안이 된다.
▼숲을 벗어나 시원한 능선길이 나올 무렵, 능선길 대로변에서 똥덩어리가 발견된다.
제법 굵다..짐승이라면 큰 짐승일테고...사람똥치고는 양이 좀 적은 듯...
어떤 사람이 개를 데리고 와서 개가 싸고 갔나..?
이 똥을 싼 사람이 이 글을 읽는다면 속으로 키득거리겠지만, 어쨌던 이런 첩첩산중에 큰 짐승도 있을 법하다.
산행을 하면서 처음부터 사람을 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개 들머리까지 버스를 타고 갈때는 평일이라도 몇명은 되다가 뿔뿔이 흩어져 산행내내 사람을 못 만난 적은 제법있지만...
버스에서 부터 시작해서 매표소를 지나 정상에 이를 때까지 사람구경을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도 알려진 산 중에 하나인 천태산에서 사람구경을 못했으니, 앞으로도 만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그래서 만약 저 똥을 사람이 싸고 갔다면 양쪽이 훤한 능선길임에도 과감히...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리라...!
▼똥덩어리를 뒤로 한채 10분 쯤 왔을까 전망좋은 장소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약 10분뒤 철탑을 만난다.
▼철탑뒤로 빼꼼히 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저게 대성산 정상일까..시간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전진...
▼다시 발견되는 똥덩어리..
좀 가늘다...이건 확실히 짐승의 똥이다.
▼방금 전 철탑뒤로 보였던 봉우리에 이르렀건만 별다른 특징이 없다.
단지 한쪽으로 유난히 눈에 띄는 리본들과 팻말 뿐...
▼리본과 팻말이 안내하는대로 왔더니 드디어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에는 누군가가 현재위치가 꼬부랑재라고 적어 놓았다.
▼나에게는 의미없는 팻말이 나오고...다시 약한 오르막이 이어지더니...
▼드디어 대성산 정상!
인적도 드문 이런 산에 누가 이런 장난을 쳐 놓았을까...?
아마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인간이리라...!
"장룡산→등신, 대성산정상→대성산성기"
▼일단 허기부터 채운다.
땀맴새와 사람냄새를 맡았는 지 사방에서 파리들이 몰려온다.
▼이정표가 대성산 정상석을 대신하는 줄 알았더니, 밥을 먹고 장룡산을 향해 몇발짝 이동하는 순간 나타난다.
▼아...과연 어디에서 실수를 한 것일까...?
▼길은 길이되, 지저분한 길이 이어진다.
능선길이 이렇게 지저분할 리는 없는데...하면서 진행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잡목과 너덜지대...그렇다고 앞이 가로막혀 완전 길이 끊어지지도 않고...
차라리 길이 끊어져 버린다면 다른 길을 찾아보겠는데...
병풍처럼 버티고 있는 저 산이 서대산일까 장룡산일까...
다시 카메라를 켜서 지도를 보지만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어느 산악회에서 다녀간 흔적...
다소 위안을 받으며 틀리진 않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계속 진행한다.
▼대성산을 지나 처음으로 나타나는 리본...
▼그리고 다시 나타나는 리본...점점 길은 희미해지고 주위에 난 풀들은 한치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성하게 번져있다.
▼덤불과 무성한 풀들을 헤치고 나오니 무덤이 나오고, 마을이 보이고, 도로공사를 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길을 잘못 접어 들었다는 확신을 가지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한편으로는 물도 부족한 판에 마을로 내려가 물을 채우고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보자는 심정으로 일단 마을로 내려간다.
▼느닷없이 도랑이 나온다.
땡볕에 열을 받은 터라 흐겁지겁 얼굴에 물을 묻히고, 머리를 통째로 물에 담군다.
▼도랑을 건너자 바로 논이 나오고, 논두렁을 지나자 임도인 듯한 시멘트길이 나온다.
멀리 농부가 한명 보인다.
내려쬐는 땡볕에 뜨끈뜨끈한 시멘트길을 따라 사람이 있는 곳까지 가는 것도 예사일이 아니다.
▼인사를 하고 길을 물어보니, 말이 어눌하다.
지적 능력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어르신이다.
내 예상에는 오른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가다가 산으로 다시 붙으면 장룡산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어르신 말씀이 길이 없단다.
임도 주위로는 산전체가 개인소유라고 산길이 있는 듯한 곳에는 어김없이 "출입금지"팻말이 박혀 있다.
굴착기로 도로공사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서 거기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그 쪽으로 향한다.
▼굴착기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니, 쉽지 않을텐데요..라며 말을 흐린다.
"...어떤게 나을까요...그럼 그냥 집에 가는 게 최곤가요?"라고 묻자, 확신에 차서 "예"라고 대답한다.
▼아직 시간은 충분한 것 같은데...더이상의 산행이 싫어진다.
▼여기가 지네말인 모양이다.
다시 카메라를 켜서 지도를 훑어보니 대성산에서 내려오면서 완전 왼쪽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몇 가구 되지않는 조그만 마을..영동군에 6.25전쟁때도 총소리 한번 들리지 않은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여기도 만만찮은 장소로 보인다.
마을에서 캔맥주라도 하나 사서 마실까 둘러봐도 가게가 있을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다.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마을주민에게 버스정류장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바로 밑에 10분 걸어가면 있단다.
시멘트길을 따라 내려오자 큰 도로가 나오며 건너편에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시간표가 붙어있어 면밀히 살펴보지만 생전 처음 들어보는 지명 뿐이다.
버스가 오면 대충 타고 나가 시내로 가서 시외버스를 타던지 기차를 타던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커피와 쵸코파이를 먹으면서 기다리던 중,
방금 전 앉아 놀던 마을주민 한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다시 인사를 하고 버스시간과 가장 빨리오는 버스가 어디로 가는 지 물었더니, 버스가 올려면 2시간 반은 기다려야 된단다.
황당 그 자체다...서대산으로 가는 길을 물어니, 도로옆에 있는 개고랑을 따라 2km 정도만 가면 길이 있을 거란다.
어떻게 할까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지나가는 차를 불러 세워 부탁을 해란다.
마침 "경동보일러"라고 적힌 봉고차 한대가 우리 앞을 약 50m를 지나 멈춰선다.
▼갈까 말까 망설이는데, 고맙게도 마을주민이 직접 오토바이를 몰고 휘~익 그 쪽으로 가서 사정얘기를 대신 해준다.
운전기사가 허락을 했는지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봉고차에 올라타자마자 무슨 이런 동네가 있냐면서 네비게이션에도 안 뜬다고 투덜된다.
자기도 길을 잃어 헤매고 있단다.
▶차비로 버스기사의 하소연을 들어주면서 대전에 도착...
집에 와서 지도를 면밀히 살펴보니 아깝기 그지 없다.
지도만 제대로 챙겨 갔으면 하는 아쉬움이 가슴을 콕콕 찌른다.
산행을 계획하고 실행하여 실패한 게 이번이 세번째이다.
첫번째는 명지산-연인산을 계획하고 갔다가 눈이 그렇게나 많이 쌓여있을 줄은 모르고 스패츠를 준비하지 않고 가는 바람에
등산화가 완전 젖어 더이상의 산행이 불가능해져 포기...
두번째는 소요산-마차산-감악산 산행시 전날밤 알람시간을 잘못 맞추어놓고 자는 바람에
급한 마음에 페이스조절 실패로 마차산에서 급격한 체력저하와 시간의 압박으로 또 포기...
이번이 그 세번째인 것이다.
어쨌던...
기다려라 천성장마여!
내 언제 다시 오리라...!
-gksf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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