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저산

금수산: 미인봉(저승봉)-신선봉-금수산 종주산행

산장 2009. 7. 9. 19:05

 ▶2009. 7.08(수요일)

    등산코스: 학현리 음석-조가리봉/미인봉 갈림길-미인봉(저승봉)-학봉-신선봉-금수산-옹달샘-남근석공원-상학마을-상리

    소요시간: 6시간 30분

    날씨: 맑음..전날 장맛비로 후텁지근

    

    여름을 타는지 몸상태가 항상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계획은 세워두고 있었지만, 

    선뜻 실행에 옮길 용기가 좀처럼 나지 않아

    동네뒷산에서의 가벼운 몸풀기 정도의 산행만으로 만족을 하고 애꿎은 날씨탓만 합니다.

    두려움과 함께 찾아오는 초조함과 강박관념.

    이런 걸 중독이라고 하는지...?!

    이번 주 내내 장맛비가 전국을 적실 거라는 일기예보.

    일기예보에 따라 비록 서울·경기지방에서는 찔끔거렸지만,

    장마전선이 제주와 남부지방을 지나면서 부산에 기록적인 폭우를 퍼부었다.

    장맛비는 내일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다가 다시 목요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릴 거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내일 아니면 산행기회가 없을 거 같아 마음을 내어 산행준비를 한다.

    땀을 실컷 빼고 나면 혹시 몸상태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바람과 함께...!!  

   

    06:59 동서울터미널에서 제천가는 시외버스 탑승

    08:55 제천 도착

    09:35 시민회관 앞에서 청풍/수산/덕산행 시내버스 탑승

    10:10 청풍대교 앞, 학현리 입구 도착

 

                  ▼제천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매표소 아가씨에게 청풍가는 버스를 탈려고 한다고 했더니,

                    청풍을 가려면 여기서 타는 게 아니라 터미널 밖으로 나가서 시민회관 근처에서 시내버스를 타야 된다고 합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서 시민회관 버스정류소에 도착...

                    제천버스터미널에서 시민회관까지는 도보로 5~1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시민회관 버스정류소에 도착해서 정류소 내부에 부착되어 있는 시내버스시간표를 확인하지만 지명을 모르니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청풍가는 버스는 지금 막 떠났고 09:20분 경에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근거로 시내버스시간표를 다시 확인해보니, 90번 버스가 금성을 거쳐 청풍으로 가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90번 버스도 여러 종류인 듯 합니다.

                    90번 버스가 한 대 오길래 그 버스를 유심히 살펴봤지만, 청풍이라는 글자는 없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스운전기사에게 청풍가냐고 물어 보니, 역시나 안간다고 합니다.

                    09:20분이 지났지만 버스는 오질 않습니다.

                    09:35분경 다른 90번 버스가 오는데, 그 90번 버스에는 "금성/청풍/수산/덕산" 이라고 분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10:10 청풍대교 앞, 학현리 입구에 도착합니다.

                    시민회관 버스정류소에 도착했을 때 지나갔다는 버스는 학현리 마을 안쪽에서 내릴 수 있는 버스이지만,

                    지금 타고 온 버스는 학현리 입구를 거쳐서 곧장 수산/덕산으로 향합니다.

                    지도상에 학현마을에 있는 음바위 근처에 조가리봉/미인봉으로 가기 위한 들머리가 있고, 

                    청풍대교에서 마을 안까지는 20~30분 정도 걸어가야 하지만 산행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 정도의 거리는 충분히 무시할 만합니다.   

 

 

▼학현리 입구의 모습입니다. 

 

 

▼어제 내린 장맛비의 여파로 오늘은 안개가 끼고 습도가 높아 후텁지근할 거라고 하더니...

  요즘들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일기예보가 정확합니다.

 

▼구불구불 도로를 따라 10여분쯤 올라오자 아름다운 학현마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근데 걱정되는 것은 식사...

  버스시간에 쫓겨 아직 아침식사를 못했고,

  더군다나 점심조차도 제대로 준비를 못했기 때문에 학현리에 과연 간단하게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이 있을 지가 걱정이 됩니다.

  지난번 감악산-마차산 산행때처럼 컵라면 하나로 떼워야 하는 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듭니다.

  가든과 같은 큰식당을 광고하는 현수막은 몇몇 눈에 띄지만, 눈에 들어오는 마을의 전경으로 봐서는 간단히 식사를 할 만한 식당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학현교를 지나면서 본격적인 학현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학현마을로 진행하자 오른쪽으로 조가리봉/미인봉으로 향하는 듯한 시멘트길이 있습니다.

                    음석(음바위)을 찾기 전에는 그 시멘트길이 조가리봉/미인봉의 들머리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여느 시골의 마을처럼 너무나 조용한 학현마을...

                    항상 그렇듯이...농사일을 하는 몇몇 노인분들을 빼곤, 평일이라 사람구경 조차 힘듭니다.

                    무엇보다도, 조가리봉/미인봉의 들머리의 기준이 되는 음바위를 찾아야 되고 식사도 해결해야 됩니다.

 

                  ▼하학현 버스정류소가 나오고, 맞은편에는 또다시 산으로 향하는 듯한 길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도로가의 전봇대에 "음바위길"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습니다.

                    이 근처에 음바위가 있는 게 분명한 것 같습니다. 

 

 ▼마을의 상징인 듯한 커다란 바위가 목격되고, 바위 뒤편으로 금수산가든이라는 식당이 보입니다.

   직감적으로 이 커다란 바위는 음바위와의 음양조화를 위해 설치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나다를까...커다란 바위는 남근석입니다. 

 

▼음바위는 어디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는 중...의외로 쉽게(?) 발견됩니다.

  남근석 맞은편 개울가에 넓직한 바위가 유달리 눈에 띄는데, 민망하게도 바위 표면에 "보지바우"라고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대개는 우회적으로 여근석이라고 표현하기 마련인데...직설적입니다.

  학현마을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리려는 마을주민들의 노력의 일환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어쨌던 음바위를 발견했고. 음바위를 만나기 전 하학현 버스정류소 맞은편에 보였던 길이 미인봉 들머리로 추정되므로...이제 식사문제만 해결하면 됩니다.

   주위에 유일하게 보이는 식당, 금수산가든!

   "가든"이라는 글자가 혼자 들어가기 꺼려지게 만들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슈퍼도 같이 운영하는 듯 보이므로 간식거리도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슈퍼는 잠겨져 있고 내부를 빼꼼히 들여다 봤지만 살 만한 건 거의 없습니다.

   식당문이 열려 있길래 들어가 보니, 주메뉴는 예상대로 백숙, 전골, 등이 있는데 다행히 된장찌개도 있습니다.

   손님은 아무도 없습니다.

   "계세요"하면서 주인장을 부르니, 애기를 업고 있는 젊은 아줌마가 나옵니다.

   "혼자 와서 죄송하지만 식사해도 괜찬을까요?"라고 물으니 귀찮은지 2인분 이상 시켜야 된다고 합니다.

   이해는 되지만, 불쾌감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마음 같아선 2인분 시켜서 먹고 싶지만, 쓸데없는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습니다.

   그럼 공기밥 한그릇 팔면 안되냐고 했더니, 그건 된다고 합니다.

   공기밥을 담을려고 배낭에서 락앤락통을 꺼내면서 컵라면도 같이 꺼냈는데, 컵라면을 본 아줌마가 김치를 조금 줄테니 여기서 드시고 가랍니다.

   그렇게 일단 급한 아침식사를 떼우고 나서, 얼마 드리면 되냐고 했더니...공기밥값만 받는다면서 2000원을 달라고 합니다.        

 

                  ▼11:25

                    금수산가든에서 초간단 식사를 마치고, 2000원짜리의 공기밥을 보상받기 위해 화장실에서 볼일도 보고 금수산가든을 빠져나와

                    하학현 버스정류소 맞은편에 보였던 미인봉 들머리에 들어섭니다.

                    아침에 끼였던 안개와 흐릿한 날씨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땅위로 올라오는 후텁지근함과 함께 땡볕이 따갑게 내리쬐고 있습니다. 

 

                  ▼들머리 양옆으로 각종 농작물들이 심겨져 있고, 산길이 제법 잘 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서 산길은 점점 불투명해지고, 사람의 발자취가 안 닿인 듯...

                    바위에는 선명한 이끼가 끼여있고 잡목이 산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초반부터 심한 알바를 하게 되다니...!

 

                  ▼다시 내려갈까 하다가, 위를 올려다 보니 능선과 하늘이 맞닿는 밝은 부분이 보입니다.

                    대략 10분 정도만 올라가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경험상, 거기까지 올라가면 능선길이 나올 것처럼 보여 잡목을 헤치고 과감히 돌진합니다.

 

                  ▼없는 길을 만들면서 올라오다 보니 체력이 이중으로 소진되는 듯 합니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갈증까지 심해져 초반부터 물걱정이 앞섭니다.

                    예상대로 능선부에 올라오자 제법 편한 길이 끊어질 듯 말 듯 간들간들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한 능선길을 따라 약 20분 정도 올라왔을까...암봉을 만나고, 결국 완전히 길이 끊어져 버립니다.

                    초장부터 체력은 바닥나고, 물도 모자랄 판이고, 다시 내려가는 길도 만만찮고...

                    산행을 완전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완전 난감 그 자체입니다.

 

                  ▼천지신명의 도움인가...안 보이던 산길이 돌연 어슴푸레 보여 따라갔더니 산악회리본이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습니다.

                    공식등산로를 만난 것입니다.

                    만가지 걱정이 사라지면서, 장님 눈뜨 듯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입니다.

 

                  ▼바싹 긴장되었던 가슴을 쓸어내리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조금 긴 휴식을 취합니다.

                    배낭울 내려놓은 자리에 개구리가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이놈도 나 때문에 바싹 쫄아 있을테지요...

                    숲으로 둘러싸여 그늘져 있지만 연신 흐르고 있는 땀은 멈출줄을 모릅니다.

 

                  ▼과연 이 공식등산로는 학현리의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 일까...?

                    학현마을로 들어서면서 하학현 버스정류소 못 미쳐서 보았던 오른쪽으로 난 시멘트길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공식등산로를 따라 오릅니다.

                    가파른 오르막입니다.

                    한번 흐트러진 체력은 휴식에도 불구하고 쉽게 가다듬어지질 않습니다.  

 

                  ▼공식등산로를 만난 지점에서 약 20분쯤 올라오자 주능선에 올라선 듯 좌우로 산길이 이어져 있습니다.

                    산악회리본도 좌우 양측에 다 매달려 있고..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현재위치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오른쪽은 조가리봉, 왼쪽은 미인봉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아닐까 추측만 될 뿐...

                    지도상에 미인봉-신선봉은 무조건 왼쪽으로 가야되므로,

                    조가리봉으로 향하는 듯한 오른쪽은 쳐다도 안 보고 왼쪽으로 진행합니다.

 

▼약 5분 정도 진행했을까...시원한 청풍호의 전경이 눈앞에 빼꼼히 드러납니다.

 

▼정상부에 가까와졌음을 인식하고 가뿐 숨을 몰아쉬며 미인봉으로 향합니다.

 

                  ▼미인봉 정상으로 가는 능선부에는 각종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절경들이 발목을 잡으면서 떨어진 체력에 힘을 불어 넣어 줍니다.

 

 

▼완전히 그 모습을 보이는 청풍호...

 

                  ▼13:05

                    미인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미인봉은 이전에 저승봉이라고 불렸고, 지금도 지도상에는 미인봉과 저승봉을 혼용하고 있습니다.

                    저승봉이란 이름의 유래는 이 일대에 멧돼지가 자주 출몰했다고 하여 멧돼지 "저(猪)"자를 써서 저승봉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이후 저승봉이란 이름이 어감상 좋지 않다고 하여 미인봉으로 바꼈다고 합니다.

                    미인봉의 유래는 아마 자연스레 학현리의 음바위와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미인봉 정상에서의 조망 역시 일품입니다.

  학현리 일대의 모습이 시원하게 조망됩니다.

 

▼이 봉우리가 저승봉이라는 걸 암시라도 하 듯..저승봉 맞은편에 드리워진 구름의 그림자가 마치 멧돼지처럼 보입니다.

  오늘 유일하게 저승봉을 찾은 산객에게 자연이 주는 큰 선물일 것입니다. 

 

▼미인봉이란 이름에 걸맞게 정상에는 여인네의 젖가슴을 닮은 바위도 있습니다. 

 

▼가야 할 봉우리... 

 

                  ▼처음으로 호젓한 능선길이 나옵니다.

                    앞으로 계속 이런 길로만 연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으로 이정표가 나옵니다.

                    신선봉까지 무려 3.5km...평소같았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거리가 오늘따라 유독 두렵게 느껴집니다.

                    과연 금수산까지 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한 걱정의 주요 원인은 체력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부족한 물 때문입니다

                    "오늘은 신선봉까지만 가고 금수산은 다음으로 미뤄라"라고 머리 속에서 자꾸만 명령을 내리는 것 같습니다.

 

                  ▼아기자기한 암릉구간이 이어지고...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미인봉에서 신선봉 가는 능선길에는 공식적인 이정표는 보이질 않습니다.

                    사실 한 길로 쭈~욱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애먼 길로 빠질 염려가 없어 그다지 필요한 것 같지도 않습니다.

                    간혹 헷갈릴 땐 산악회리본이 매달려 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능선길 내내 아름다운 절경이 산객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신선봉까지 2.2km...

                    아름다운 절경으로 인해 한결 체력이 회복된 듯...

  

▼가야 할 암릉구간...

  삐죽삐죽 바위들이 돌출되어 있는 것으로 봐서 저 구간이 아슬한 로프구간인 모양입니다.

 

                      ▼이게 손바닥바위인지..??

 

▼죽치고 앉아 있고 싶을 정도로 시원한 조망과 그림같은 경관에 마음을 자꾸만 빼앗깁니다.

  

 

 

 

 

 

 ▼소나무너머로 월악산 영봉이 보입니다.

 

 

                  ▼멋진 그림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가자 드디어 유격훈련코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로프가 설치되어 있지만, 아슬하기만 합니다.

                    자칫하면 바로 저승길로 직행할 수도...

 

▼위험한 만큼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암릉구간..

 

 

▼쓰러진 고사목...

 

                  ▼로프구간이 끝났는지 팻말이 나오고, 다시 멋진 전망장소가 나옵니다.

 

  

 

 

 

                      ▼하지만 다시 버티고 서 있는 직벽구간...

 

                  ▼직벽을 기어올라오자 쉴 틈 없이 다시 나타나는 로프...

 

                  ▼그리고 돌연 나타나는 무덤...무슨 연유로 이 높은 곳에 무덤이 들어섰을까요...??

 

                  ▼무덤을 지나 봉우리인 듯한 장소...

                    산악회리본이 유달리 많이 매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여기가 학봉인 모양입니다.

 

                  ▼신선봉까지 1.2km...

                    신선봉 2.2km 지점에서 겨우 1km 오는데 무려 1시간이 걸렸습니다.

                    속력을 낼 수 없는 로프구간과 동시에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비경으로 인해...

 

                  ▼더 이상의 로프구간은 없는지...수림으로 둘러싸인 호젓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15:20

                    신선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신선봉 2.2km 지점에서 신선봉 1.2km 지점까지 1시간이 걸렸던 반면에,

                    편안한 산길로 인하여 신선봉 1.2km 지점에서 신선봉 정상까지 도착하는데는 불과 20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신선봉 정상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시원한 조망을 전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정상을 에워싼 나무들이 따까운 햇살을 막아주는 지붕이 되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에 좋은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금수산까지 불과 2.5km...

                    미인봉을 지나면서 머리속에서 신선봉까지만 오늘 산행을 하도록 유혹했던 명령은 어느새 삭제되고, 몸은 저절로 금수산을 향합니다.

 

                  ▼물을 아껴 마셨던 덕분에 500ml짜리 한통이 남아있습니다.

                    금수산까지 그렇게 힘든 코스가 아니라면 그 정도의 물로도 충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속력을 낸다면 한시간 정도 걸릴테고...

                    하지만 스스히 허기가 집니다. 

 

                  ▼다행히 신선봉에서 금수봉까지는 그다지 힘든 구간은 없는 듯 합니다.

 

                  ▼간혹 무성한 수풀이 산길을 가로막고 있어, 은근히 음침합니다.

 

                  ▼급한 마음에 속력을 좀 내었더니 갈증이 납니다.

                    생수는 아껴두고 보온병에 있는 뜨거운 물에 믹스커피를 흥건히 타서 식혀 마셨더니, 그런대로 갈증은 해소됩니다.

                    하지만 허기는 어쩔 수 없습니다.

 

                  ▼약 1시간쯤 왔을까...느닷없이 "탐방로아님"이라는 팻말이 나타납니다.

                    산길을 이탈한 것도 아닌데...

 

                  ▼"탐방로아님"이라는 팻말에 상관없이 앞에는 철제난관이 보입니다.

                     철제난관이 보인다는 것은 정상적인 등로로 왔음이 틀림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한편으로는 금수산 정상이 가까와졌음을 의미하는 것일텐데...

 

                  ▼예상대로 좀 더 앞으로 진행하자, "금수산 0.3km/상학마을 2.0km"라는 이정표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정표 뒤의 암봉 주위로 로프를 설치해놓고 "탐방로아님"이라는 팻말이 또 걸려 있습니다.

                    아마 암봉이 위험하니 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거 같습니다.

 

                  ▼금수산 정상이 바로 목전에 있음을 의미하는 나무계단이 나옵니다.

 

                  ▼정상까지 계단으로 연결된 300m의 거리가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나...                

 

                  ▼16:48

                    드디어 금수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너무나 힘들었던 산행...

                    정상적이지 않은 몸상태, 초반부터 알바, 배고픔, 물부족...

 

 

▼멀리 월악산의 영봉이 조망됩니다.

 

▼금수산 정상에서 망덕봉으로 이어진 능선길..

 

▼망덕봉으로 이어진 능선 옆의 오늘 지나온 미인봉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진 능선길...

  그 뒤로 동산 능선길... 

 

                  ▼배가 고파 뒈질 거 같습니다.

                    급하게 조망을 마치고 올라왔던 계단으로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 계단에서 다시 조망을 합니다.

 

 

 

                  ▼애초에 계획은 금수산의 주 등산로인 상천리쪽으로 내려가는 것이었으나,

                    상천리에서는 제천가는 막차가 17:40분에 있으므로 그 계획은 이미 물건너 갔습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해 상학마을에서 신단양버스터미널로 가는 시내버스가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는 정보를 가져왔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는 없지만, 그나마 여유있게 하산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아까 보았던 철제난간을 따라 하산을 합니다.

                    근데 여지껏 지나왔던 산길과는 너무나 다른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하산길 전체가 음지라서 그런지 음습하기 그지 없습니다.

                    바위든 흙이든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어제 내린 장맛비로 인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금방 비가 온 듯...촉촉히 젖어 있는 너덜지대..

 

                  ▼처음으로 사람을 만납니다.

                    그들도 오늘 처음 사람을 본다고 합니다.

                    옹달샘이 있고, 옹달샘 안에 촛불을 켜놓고 산신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옹달샘에 물이 나오냐고 물었더니, 직접 물통에 물을 받아 주십니다.

                    물맛이 기가 막힙니다.

                    물 한통을 다시 따로 받아서 상학마을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근데 금수산 정상에서 그렇게 가파르게도, 또 얼마 내려오지 않았는데도 편안한 길이 나옵니다.

                    상식적으로 산의 높이에 비해 하산길이 짧다는 것은 그 만큼 산길이 가파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전에 이용되었던 듯한 폐쇄된 옹달샘..

 

                  ▼얼마 지나 다시 나타나는 폐쇄된 옹달샘..

 

                  ▼예상과는 달리 편안한 하산길이 계속됩니다.

 

                  ▼난데없이 남근석공원이 나타납니다.

 

 

 

 

 

                  ▼이상할 정도로 하산길이 음습하다고 느껴지더니만...

                    결국 그 음습한 기운을 상쇄시키기 위해 이러한 남근석들이 배치된 것입니다.

 

 

▼남근석공원을 빠져나와 다시 상학마을로 향합니다.

 

                  ▼남근석공원까지 차가 들어올 수 있는지 자동차바퀴 자국이 선명합니다.

 

 

 

 

                  ▼왜 그렇게 하산길이 짧았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됩니다.

                    현재 고도가 해발 500m...즉, 상학마을은 거의 금수산의 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것입니다.

 

 

 

 

 

▼뒤를 돌아 금수산을 한번 쳐다보고...

 

 

▼금수산 표석에 적힌 바에 따르면, 동으로 소백산이 보인다고 했으니, 전방으로 멀리 구름에 덮힌 산이 바로 소백산인 모양입니다.

 

▼다시 한번 뒤돌아 보고...

 

                  ▼상학마을에서 금수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입구는 최근에 정비가 된 듯...화장실, 음수대, 주차장, 주변도로 등 모든 것들이 새 것처럼 깨끗합니다.

                    계곡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아, 웃통을 까고 음수대에서 머리를 감고 수건에 물을 적셔 몸에 찌든 땀을 닦아냅니다.

 

 

                  ▼상리입구

  

                  ▼상리입구에 있는 버스정류소입니다.

                    버스정류소에 붙어 있는 시내버스시간표를 보니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와는 달리 버스가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니, 방금 막 버스가 지나갔고 20:00경에 버스가 온다고 합니다.

                    큰일입니다...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입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트럭 한 대가 내 앞에 섭니다.

  트럭에는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타고 있고, 고맙게도 버스가 많이 다니는 매포까지 태워 주신다고 합니다.

  매포가 어딘지는 모르지만, 일단 올라 타서 매포에서의 교통편을 물어보니,

  시외버스를 탈 수도 있고 단양버스터미널로도 갈 수 있는 장소에 내려줄테니 걱정을 말라고 합니다.

  그렇게.. 고마운 노부부 덕분에 편안히 매포에 도착...

  주변에 순대국밥집과 다른 식당들이 몇몇 보이지만, 급한 것은 서울로 가는 버스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도로 건너편에 간이시외버스정류소가 보입니다.

  도로를 건너가서 시외버스정류소를 둘러봐도 매표소도 없고 버스시간표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근처 가게에 들어가 이온음료를 사면서 동서울가는 버스가 몇시 정도에 있냐고 물어보니, 이미 끊기고 없을 거라고 합니다.

  또한번 난감 그 자체..과연 오늘 중으로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일단 신단양버스터미널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버스가 끊겼다면 꼼짝없이 근처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밖에 없습니다.

  돌연 택시가 앞에서 빵빵 거립니다.

  택시로 다가가서 신단양버스터미널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더니, 만오천원 정도 나오는데 만원만 달라고 합니다. 

  택시기사가 어디가냐고 하길래 동서울간다고 했더니, 버스가 없을 지도 모르니 차라리 단양역으로 가는 게 어떻냐고 합니다.

  차편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했더니, 단양역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십니다.

  단양역에 전화를 했더니, 8시08분에 청량리가는 무궁화호가 있다고 합니다.

  아슬하게 현재가 7시 50분..8시08분에 기차가 있다는 소리에 충분하다면서 택시기사가 무섭게 속력을 냅니다.

  8시03분에 단양역 도착...정말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청량리행 무궁호를 타고 티켓에 적힌 좌석번호는 찾을 생각은 않고 바로 식당칸으로 직행...캔맥주와 제육덮밥으로 허기를 채웁니다.

  본의 아니게 여근석에서 시작하여 남근석으로 끝마치게 된 희한한 산행...

  시간에 쫓기어 정신없이 오다보니, 피곤할 법도 한데,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 걷는 산길이야기 by gksfid